쏟아지는 렌트비 구제 정책…과연 효과 있을까?[창간 16주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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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사태 이후 연방은 물론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LA 카운티및 LA시정부까지 재정적인 타격을 입은 세입자와 건물주들을 구제하기 위한 각종 구제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 정책은 기본적으로 세입자와 건물주의 재정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세부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고 여기에 준비조차 어려운 기본 서류 작업까지 더해지며 구제책 종료 일자가 다가오기까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수 차례에 걸쳐 구제책 종료 기한 연기를 발표하며 대안 마련에 고심했고 결국 긴급 예산을 편성, 미납 렌트비 전액 대납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약 70억달러의 예산을 마련, 50억달러 상당의 세입자 미납 렌트비를 전액 해결하고 나아가 그간 밀려온 유틸리티 비용(20억달러)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러한 렌트비 및 유틸리티 비용 전액 대납 정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의 여부를 두고 렌트비가 밀린 세입자와 시 정부와 연계돼 렌트비 구제 정책을 돕고 있는 비영리 단체 직원, 아파트 건물주, 그리고 금융기관 모기지 부서 담당자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질문은 편의를 위해 통일했다.

-코로나 19 이후 상황과 렌트비 전액 대납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①세입자=코로나 19이후 약 2개월 정도는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후 한동안 일(배관)을 할 수 없게 됐고 나 역시 근무 시간이 조정돼 수입이 크게 줄었다. 다행히 나와 아이들은 감염되지 않았고 남편도 건강을 회복했지만 경제적 부담은 커졌다. 지금 아파트 렌트비는 4개월치가 밀려 있다. 주변에 보니 보통 3~6개월 정도 밀린 사람이 많았고 1년 정도의 초장기 연체는 보지 못했다. 돈이 생기면 렌트비를 우선 해결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정부가 밀린 렌트비를 해결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앞으로 렌트비를 다시 밀리지 않도록 수입원이 생겨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②아파트 건물주= 일단 밀린 렌트비 전액이 100% 입금된 후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입금되기 전까지는, 그동안 생긴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개인적으로는 밀린 렌트비 때문에 생긴 경제적 어려움 보다 주변의 인식이 정말 무섭다고 생각한다. 평소 교회를 열심히 나가는데 다들 “건물주면 그래도 돈이 있는데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 줘야지”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건물 하나 있는 것을 큰 죄처럼 취급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실 난 돈이 많지 않다. 평소 아끼고 아껴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해 소형 아파트를 하나 산 거다. 그것도 모기지 대출을 끼고 구입한 것이다. 렌트비가 밀리면 우리도 모기지 페이먼트가 밀린다.코로나 19가 확산된 이후 많은 금액의 페이먼트가 밀려 있고 여기저기서 독촉 받는 것이 많다. 일부 돈많은 건물주도 있겠고 그들은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린 아니다.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다. 렌트비가 밀려 여유자금이 바닥나면서 기본적인 보수 및 관리도 어려운데 이 부분을 그냥 두면 이를 고소하는 세입자가 있고 이 부분은 건물주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보수 및 관리 업체에게도 미안하다. 우리 임대인들이 돈을 못 주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일단 밀린 렌트비가 전액 들어오면 우선은 위기를 넘길 것이다. 그런데 세입자가 언제 직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앞으로 다시 집세를 제 때 낼지도 확실치 않다. 건물주가 페이먼트를 못내면 건물이 압류되고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도 피해를 본다. 이 부분이 정말 위험한 거다. 도미노처럼 다 무너지니까. 하나 더 말하자면 일부러 돈을 안내는 세입자가 분명히 있다. 좋은 차를 계속 타고 외식을 하고 명품 가방에 새로 산 옷을 입는데 렌트비 낼 돈은 없다고 한다. 이런 부분도 정부에서 반드시 가려내 처벌 받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만 조여도 세금 낭비에 대한 우려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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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비영리 단체 관계자= 우선 주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100% 찬성한다. 사실 처음부터 정부의 완전 대납이 최상의 대책이라고 생각해 왔다. 문제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선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생각보다 많은 세입자와 건물주가 이를 모른다. 일단 정책을 알고 일을 진행해도 그 절차가 정말 복잡했고 실제 수혜를 받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연히 중간에서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말은 위험할 수 있지만 세입자와 건물주의 이해력이 문제가 될 때도 많았다. 정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니 당연히 참여가 저조하고 이 부분을 우리만 믿고 맡기라고 할 수도 없었다.

지난 1년간 사람의 본질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좋은 세입자도 많지만 나쁜 세입자도 정말 많았다. 이는 건물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단 렌트비와 유틸리티 미납분 100% 해결을 기준점(미납 시작일자와 대납 완료 일자를 동일하게 적용)으로 두고 모든 것을 리셋해야 한다. 그런데 이 리셋 후의 상황이 효과를 거두려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법이 필요하며 이 법은 정말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아니면 또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오게 된다.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미납분 전액 대납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조치 이후 추가로 미납이 발생해 건물주와 세입자가 다시 싸우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우리 기관에서도 이를 고려해 미리 다양한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대납 그리고 경기 활성화에 따른 수입증가로 이 모든 문제가 조용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④ 금융기관 관계자= 금융기관에서 모기지 관련 일을 오래 해왔다.우선 한가지 해명하고 싶은 일이 있다. 코로나 19와 관련해서 은행을 찾는 고객 중 다수가 “왜 내 상황을 공감 해주지 못하느냐 “고 묻는다. 짜증을 내거나 언성만 높이면 다행인데 심한 말을 하거나 과격해 지는 경우도 있었다.사실 금융권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예 이해하기 힘든, 어찌 보면 금융권에서 일을 해본 사람조차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돈이란 것이 실제가 아닌 모니터 위에 숫자로만 느껴지는 것이다. 만일 돈을 현금으로 테이블 위에 쌓아두고 고객과 이야기 한다면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모니터 그리고 서류 위에 쓰여진 숫자로만 보니, 미납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가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힘드니, 또 직업적 특성상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이 부분에서 고객과 많은 갈등이 생겨난다.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정부가 선택한 100% 렌트비 및 유틸리티 대납안은 현재로서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 말고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예산을 마련해 세입자와 임대인에게 발생한 마이너스를 빠르게 처리하면 은행에서 생겨난 마이너스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의 경우 코로나 19 이후 융자재조정 등의 대비책을 빠르게 진행했고 이 결과 앞으로는 세입자의 렌터비 제대로 들어온다면 임대인도 모기지 페이먼트를 미루지 않을 것이다. 당초 융자를 진행할 때 기대했던 수익률이야 줄겠지만 그래도 소득을 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전액 대납이라고 믿는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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