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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보면 독일의 구전설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다.
느리고 어설픈 좀비가 서서히 사방에서 몰려오고 결국 이로 인해 집안에 고립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배경 삼아 쥐로 인해 마을에 창궐한 페스트를 퇴치하기 위해 쥐를 없앤 남자에 대한 설화를 담고 있다.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코로나 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강요된 고립 생활 그리고 백신 보급에 따라 다시 숨통이 트인 오늘날 지구촌의 상황과 흡사하다.
느리고 어설퍼 별로 위협으로 여기지 않은 것으로 여겼던 질환이 어느 새 생활 형태를 강요할 만큼 치명적인 상황을 연출했지만 백신이 등장하며 겨우 한숨 돌리는 상황이 온 것이다.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너무나 급격한 변화를 맞아야 했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후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인지 살펴본다.
◇금융의 변화와 한인은행업계
●대출 쏠림현상 벗어난다
한인은행의 ‘편식’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인은행 수익의 대부분은 상업용 부동산과 식당 그리고 숙박업 같은 특정 자영업에 대한 대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출 현황을 세분하기 힘든 자영업을 제외하고 상업용 부동산만 봐도 그 편중 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현재 남가주 소재 한인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현황을 세분하면 뱅크오브 호프가 LA 카운티 은행 중 6위인 93억 200만달러의 부동산 대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대출의 68%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미은행과 퍼시픽 시티뱅크(PCB)는 각각 37억300만달러와 12억 7200만달러를 나타냈다. 전체 대출고에서 한미는 76%, PCB는 75%를 차지한다.
Cbb뱅크와 오픈뱅크는 각각 9억7000만달러와 9억 5900만달러로 전체 대출 대비 부동산대출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각각 81%에 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기업대출 (C&I) 순위에서는 뱅크 오브 호프가 전체 대출의 24%에 해당하는 33억 5100만달러를 기록하며 LA 카운티 은행 중 5위를 기록했다.한미는 11억1,800만달러(23%)로 8위, PCB는 전체 대출의 23%인 3억 9700만달러로 14위, 그리고 오픈뱅크와 Cbb는 각각 2억 2400만달러(19%)와 2억 1700만달러(18%)로 16,17위에 랭크됐다.
크레딧 카드를 포함한 소비금융 대출은 그 비중이 더욱 낮아 뱅크 오브 호프가 3700만달러로 전체 대출의 0.3%(4위), PCB가 2100만달러로 전체 대출의 1.2%로 6위, 한미은행은 400만달러로 0.1%로 12위에 그치고 있다. Cbb 뱅크는 400만달러로 0.3%(13위) 그리고 오픈뱅크는 0.1%인 100만달러로 전체 16위에 자리했다. 순위에서는 나름 상위권이라지만 대출 금액과 그 비중을 보면 사실상 이름만 유지하는 것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부동산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기업을 상대로 대출 영업력을 강화,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이룬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인상장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에 따라 앞으로는 보건 및 안전 즉, 물리적 거리 두기 및 위생을 관리하는 기업의 수익성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 분야 전문 기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라며 “이 분야의 경우 직원 고용이 더욱 늘고 나아가 막대한 초기비용이 불가피한 만큼 로봇 도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분야와 연관된 환기 시설, 엘리베이터, 카페나 음식점 등의 자동주문 및 조리 시설 기업 그리고 기본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자재 생산 업체 등도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을 집중 공략해 대출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한다.
재택근무에서 직장 복귀가 이뤄져도 순환근무가 정착화될 것이기 때문에 직장내 안전관리, 사무공간 재설계, 산업자동화(오토메이션), 화상회의 그리고 업무 전산화에 필수적인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분야 기업에 대한 영업도 강화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한인은행의 영업 포트폴리오는 상당히 다양화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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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예금보다 자산 관리 등 서비스 강화
올해 1분기까지 한인은행의 예금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남가주 소재 6개 한인은행의 1분기 예금고는 전분기 및 전년동기 대비 각각 3%와 16% 증가한 248억달러다. 문제는 예금고 증가가 소비자의 의식 전환에 따른 저축 증가가 아닌 정부의 지원금, 급여보호 프로그램(PPP), 경제피해 재난대출(EIDL), 그리고 SBA 융자 증가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입금된 금액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변수는 1% 언저리인 예금 이자 대신 위험은 크지만 운만 따르면 수백배의 이익을 거두는 가상화폐나 투기성 주식투자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다.게임스탑과 도지코인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상장 한인은행의 고위 간부는 “한인은행 대출력의 근간은 예금인데 만일 이 예금이 줄어들어 예대율이 치솟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대안이 필요하다”라며 “이와는 별개로 아직 한인들의 경우 자산관리하면 부동산 매입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차세대 주요 고객이 될 청년층은 다르다. 한인은행들도 단순 부동산이나 리테일 비즈니스 대출이 아닌 전문적인 고객 자산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한 고객이 한 은행에서 대출, 크레딧 카드, 자산관리, 그리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가입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계약직 늘고 업무 전환 불가피
최근 한인은행 중 일부는 신규 직원에 대한 디지털 교육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 6개월~1년에 걸쳐 진행될 디지털 교육과정에는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공학 ▶앱 개발 및 관리 ▶인공지능 관리 ▶금융 전산 ▶각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와 핀테크 기업 등 디지털 금융 선도 기관과의 협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은행원 교육이 아닌 컴퓨터 공학(?) 전공자의 수업과 같은 이 과정은 앞으로 컴퓨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금융 전문인력이 은행의 핵심인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를 위해 기초적인 금융 지식 및 업무 능력을 갖춘 직원들에 대한 집중적인 특화 교육을 통해 기존의 은행업과 디지털 금융 역량을 모두 갖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All around player)’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기존 직원들도 구조재조정에 따른 해고보다는 재교육을 통한 업무 재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 활용이 본격화되면 직원에 대한 수요가 1/1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신규직원 채용의 비정기화와 기존 직원의 재배치(재교육을 통한)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다. 기존 직원에 대한 해고 보다 업무 재배치가 더 낮은 비용이 발생하고 효율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또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일부 업무에 대한 계약직 비중을 늘리는 대신 성과급을 올려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에서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안에 전 은행 직원의 20% 이상이 계약직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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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및 자동화
전략 컨설팅 업체 매킨지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임원 중 70%가 코로나 19 이후 자동화 도입이 가속화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 비중이 클수록 자동화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기업은 80%가 자동화가 증가했다고 답했지만 일부 직원만 재택근무로 돌린 기업은 자동화에 대한 선호도가 51%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한인은행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안에 50% 이상의 재택 근무 혹은 완전한 순환 근무 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출근이 필수적이지 않은 부서의 경우 불가피한 회의 등을 제외하면 아예 재택으로 전환하고 그외 부서들도 상황에 따라 1주일에 2회나 3회 정도의 순환 근무(요일 이나 부서별로 번갈아 출근하는 것)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자동화의 경우 모기지 등을 포함한 대출 서류 심사와 예금 계좌 개설, 거래 명세 조회, 송금 및 계좌 간 이체 그리고 은행 앱을 통한 대금 결제 등의 업무에 도입될 예정이다.
자동화의 또 다른 핵심은 최신형 ATM 기기다.
은행권에서는 코로나 19이후 그 중요성이 강조된 언택트(비대면) 이후 ATM 기기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ATM의 기능이 개선되면 은행 창구 업무의 90% 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아직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국에서는 이른바 STM(Smart Teller Machine)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TM은 화상인증(신분증 복사+얼굴 사진 촬영, 음성녹음)과 바이오 인증까지 가능해 기본 기능인 현금 입출금을 시작으로 거래 내역 확인, 계좌 개설 및 이체, 카드 재발급, 각종 비용 납부 그리고 영업시간 중 직원과의 화상컨퍼런스를 통한 복합 업무 진행 등의 기능을 처리할 수 있다.
비용절감에 고심 중인 은행에서 ATM이 중요한 것은 지점 통폐합 및 폐쇄, 인건비 절감, 그리고 사무 공간 재편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지점 1개당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운영비가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고 사양의 ATM이 지점 업무를 대체하게 되면 이 기기 운영비를 제외해도 연간 수백만 달러가 절감되며 그간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지만 지점 설치의 수익성은 없던 지역에도 ATM 설치만으로 고객 확보가 가능해진다.
ATM으로 인해 오프라인 지점의 중요성이 낮아지면 은행이 하나의 건물(혹은 소유 중인)을 직접 구입해 주요 부서를 집중하거나 임대 비용이 낮은 곳으로 각 부서를 분산 배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동화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비용 지출은 줄이면서도 고용 유연성을 개선할 수 있다. 부동산 자산의 추가 정리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출퇴근 의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고용 유연성이 개선돼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은행에 대한 인식 전환
코로나 19이후 고객과 은행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은행 지점과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오프라인 지점의 중요성은 매년 감소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19는 이를 가속화 시켰다.고객이 지점을 꼭 가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실제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면 ATM에서 현금 인출을 위해서 (가장 흔한 경우), 웹페이지(앱)이나 전화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문의하기 위해, 그리고 새 계좌를 오픈할 때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세가지 모두 예전에 비해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 폰 등을 통한 결제(온라인 포함) 등이 활성화 되면서 현금 보유의 중요성이 낮아졌고 지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이나 전화로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금융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계좌 개설도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계좌를 열고 난 후에는 바로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어 지점을 다시 찾을 이유가 없다.
지점을 가지 않고도 사람과 직접 대화화지 않고도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규 계좌를 열 때 문제가 되는(지점 방문의 이유가 되는) 신분 인증의 경우도 점차 디지털 ID가 정착되면 해결된다.
최근에는 자산 22억달러로 21만 6000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 중인 유타 커뮤니티 크레딧 유니언(이하 UCCU)이 최근 유타주 공공안전부서 및 DMV의 라이센스 발행 부서 등과 손잡고 모바일 ID에 대한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은행의 지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은행들은 지점의 총 수는 줄이지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은행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점이 여전히 계좌개설의 주된 통로일 뿐 아니라 온라인 보다 은행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각 은행들과 리서치 업체의 연구 결과 계좌 개설 시 경험이 은행의 전반적인 인상을 좌우하고 여기서 형성된 경험은 온라인 보다 더 길게 이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은행들은 지점에서 금융서비스 외에 비금융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비금융 서비스와 협업으로 유명한 곳은 스페인의 카이샤뱅크다. 2019년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지점을 오픈했고 큰 성과를 거뒀다. 지점 안에 자연경관을 전시하는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향초와 음악을 결합해 마치 고객들이 식물원에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유명 쉐프들의 음식과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과 강의 프로그램도 고객들의 발길을 카이샤뱅크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
미국 지점 상당수에 대한 정리 계획을 밝힌 HSBC도 맨해튼 지점 등에 설치된 로봇 ‘페퍼’를 통해 고객이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도록 했더니 지난 수년간 수 만명 이상의 고객을 통해 방문객 5배 증가, 해당 지점 신규사업에 대한 성과(Performance) 60% 이상 향상, 그리고 고객 경험 긍정도 99%를 기록했다.
한인은행들도 전체 지점은 줄이지만 각 지역별 거점 지점을 마련해 1층(혹은 인접 공간)에 카페나 전시관을, 2층에 지점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고객들은 2층에서 은행 업무를 보기 전에 1층에서 커피나 전시물을 보거나 책을 읽는 등 문화경험을 즐길 수 있고 미국 시민권 강의 등의 문화 프로그램도 수강할 수 있다.
특화 지점을 꾸며 방문 고객을 늘리고 이들이 은행의 지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은행 상품과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더 많이 사용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한인은행에서는 오픈뱅크가 지난 2016년 LA 웨스턴 지점에서 사랑의 무료 아이캠프(비전케어 주최)와 함께 시행했던 ‘학생 아트 컨테스트 시상식’ 과 당선작 전시회가 좋은 사례로 꼽힌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