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관중·퍼포먼스 없는 초유의 ‘3無 올림픽’…스포츠제전 내일 팡파르

[로이터]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스타 플레이어도 없고, 관중도 없다. 역대 가장 고요하고 적막한 스포츠제전이 될 2020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막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이 이날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에서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코로나19 사태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국내외 반대 여론 속에서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했다. 불안함 속에서도 지구촌 선수들은 스포츠로 보여줄 감동 드라마를 위해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속한 205개국 선수들과 난민팀이 33개 정식 종목에 걸린 금메달 339개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다만 코로나19 위험 속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불참하고 사상 첫 무관중 경기에 전통적인 메달 퍼포먼스까지 사라지면서 초유의 ‘3무(無) 올림픽’으로 열리게 됐다.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등 남녀 테니스 스타들이 줄줄이 빠지고 남자골프 더스틴 존슨(미국)도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남자 농구의 스테판 커리와 르브론 제임스 등이 불참, ‘드림팀’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일본 정부와 IOC는 변이 바이러스의 일본 유입을 막기 위해 수도권 바깥의 일부 지역에서만 관중 입장을 허용했을 뿐 전 경기의 96%는 관중없이 치러진다. 사실상 무관중 올림픽이다. ‘TV 올림픽’, ‘안방 올림픽’이 현실이 된 것이다.

또 엄격한 방역수칙으로 전통의 메달 퍼포먼스를 볼 수 없게 됐다. 메달리스트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상대에 올라야 하고 메달도 직접 자신의 목에 걸어야 한다.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메달을 깨무는 포즈를 취할 수도 있겠지만 방역 수칙 위반 시 경고에 이어 실격된다. 심지어 일본에서 추방당할 수 있어 보기 어려운 장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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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정상들이 대부분 불참하는 개막식 역시 어느 대회보다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할 전망이다. 참석 의사를 밝힌 정상은 차기 대회인 2024년 파리올림픽을 여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일하다. 일본 정부가 공들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질 바이든이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고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불참한다. 도쿄올림픽 유치의 주역임을 자부해 온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참석을 보류했다.

후원 기업들의 ‘손절’도 이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의 후원사인 도요타자동차가 올림픽 관련 TV 광고를 중단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올림픽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막 전부터 국내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올림픽 때문에 감염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는 일본 유권자는 전체 87%에 달한다. 일본 매체는 “해외 언론들이 ‘스캔들 올림픽’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스폰서 기업들에게 도쿄올림픽은 이미 마이너스 효과밖에 없다. 광고 중단 도미노가 불가피하다”고 비관했다. 임원들의 개회식 참석을 보류키로 한 스폰서 업체 관계자는 “여론도 고려했다. 눈에 띄어봐야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자 일본은 나루히토 일왕의 개막식 개회 선언 문구에서 ‘축하’라는 문구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서 완전히 회복했음을 선언하는 ‘부흥 올림픽’을, IOC는 인류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이겨냈음을 상징하는 ‘치유의 올림픽’을 희망했지만, 도쿄올림픽은 완주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힘겨운 첫발을 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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