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급망 한계 근접…델타 변이부터 중국-독일 물난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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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델타변이, 중국과 독일을 덮친 물폭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요 항만에 대한 사이버 공격.

전세계 공급망을 와해할 이벤트들이 쌓이고 쌓여 한계점을 향하고 있다. 원자재부터 각종 부품과 소비가전까지 넘치는 수요를 공급이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재계, 경제학계, 물류업계가 경고한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전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 변이와 재난 재해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휘청인다’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바다 떠도는 선박들…”위험한 순간”

델타 변이가 각종 제조공장이 즐비한 아시아를 휩쓸면서 수 많은 선박들이 정박하지 못한채 바다를 떠돌고 있다.

국제해운회의소의 가이 플래튼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단순히 (감염된) 승무원들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벗어났다”며 “세계 공급망이 위험한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세계 무역의 90%가 뱃길을 통한다는 점에서 원유부터 철광석, 식품, 전자제품에 이르기 까지 각종 재화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해운선사 하파그로이드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힘들다”(extremely challenging)고 표현했다. 하파그로이드는 “선박에 화물을 실은 공간은 매우 협소하고 텅빈 컨테이너는 거의 없고 일부 항만의 겨우 운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상황은 전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국 물난리에 여름철 전력 ‘비상’

중국과 독일을 덮친 최악의 수해 피해까지 겹쳐 아직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첫번째 파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계 공급망의 숨통을 끊을 기세다. 세계 공급망 차질로 수 조달러에 달하는 경제활동이 위태로워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물난리로 내몽골, 산시성과 같은 지역의 석탄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발전소가 여름의 전력수요를 맞출 연료를 공급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중국 국무원은 경고했다. 독일에서는 물류 운송이 급격하게 줄었다. 물류추적플랫폼 포카이트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수해피해로 물류 배송은 전주 대비 15% 감소했다.

대만물류업체 OEC그룹의 닉 클레인 마케팅 부대표는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과 아시아 항만에 쌓인 제품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3월 이전까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반도체 부족 내후년까지

자동차 업계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라인의 생산이 산발적 중단이 끊이지 않는다. 도요타는 이번주 베트남산 부품공급을 받지 못해 대만과 일본의 일부 공장 조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 역시 영국 공장에서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영국에서 델타 변이확산으로 수 많은 공장 근로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미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생산중단이 이어졌던 자동차 업계는 하반기 반도체 부족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임원들은 반도체 부족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 팻 겔싱거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부족현상이 내후년인 2023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드, 크라이슬러, 리비안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임원은 로이터에 모든 부품에 사용되는 철강 가격이 운임비 급등으로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과 운임비 상승으로 부품제조 비용이 10% 가까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유럽 최대 소비가전업체 일렉트룩스는 부품 공급 문제가 악화해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 미국 제조업-서비스업황 4개월래 최저

공급망 문제는 세계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경제를 강타하며 세계 경제의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의 제조업과 서비스 업황은 하반기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7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왔다. 기업들이 부족한 원자재와 노동력에 인플레이션 압박은 커졌다.

IHS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 생산력 문제가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며 동시에 가격도 상승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다음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의 논의는 더욱 복잡해졌다. 연준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문구를 삭제한지 6주 만이다.

그 사이에 델타 변이가 미국에서 확산하며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었고 인플레이션도 기대를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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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십년래 최악 항만 정체

물류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세계 항만 곳곳에서 수 십년 동안 목격한 적 없는 수준의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중국항만협회는 지난 21일 컨테이너에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계속 줄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동남아, 인도 등 지역의 제조업이 감염 확산의 영향을 받아 일부 주문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서부 항만에서 물류를 운송하는 횡단철도인 유니언 퍼시픽은 지난 주말 화물트럭이 물건을 받는 시카고까지 물류 배송을 7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카고에서 “심각한 정체”를 완화하기 위한 이 조치가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오클랜드, 타코마 항만은 과부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더반 항만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면서 바닷길은 더 심하게 막히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국 슈퍼마켓에서는 물건 부족 경고문이 올라왔고 일부 주유소는 폐쇄됐다. 영국슈퍼마켓체인 아이슬란드푸드의 리차드 워커 총괄책임자는 공황에 사재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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