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금메달 획득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코리아 퐈이티잉!!”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쩌렁쩌렁 울린 마법의 주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금맥 물꼬를 튼 17세 천재 고교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이 올림픽 최초 양궁 3관왕의 새 역사 도전에 나선다.
올림픽 혼성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은 26일 맏형 오진혁(현대제철),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과 함께 나서는 남자 양궁 단체전, 27일 개인전 64강전에 잇따라 출전해 3관왕 시동을 건다.
김제덕이 안산(20·광주여대)과 짝을 이뤄 이번 대회서 첫 신설된 양궁 혼성 단체전서 ‘1호’ 금메달리스트에 오르면서 남은 개인·단체전까지 휩쓸 경우 사상 최초의 양궁 3관왕에 등극하게 된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1호 금메달, 한국 남자 양궁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이어 또하나의 ‘첫번째’ 기록을 보태게 되는 것이다.
김제덕은 “가장 욕심나는 건 남자 단체전이다”며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지만, 선수촌에서 많은 훈련을 꾸준히 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다. 자신 있게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제덕은 지난 23일 열린 남자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72발 합계 688점을 쏴 64명의 출전선수 중 1위로 본선에 오르며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이튿날 열린 혼성 단체전서 금빛 과녁까지 쏘며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제덕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밟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파이팅 넘치면서도 담대한 플레이를 펼쳐 세계 양궁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기세를 올려야 하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쉴 새 없이 ‘파이팅!’ ‘코리아 파이팅!’을 외치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외신기자들이 ‘경기 중 계속 소리치던 게 무슨 의미냐’고 물을 만큼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을 시작한 김제덕은 일찌감치 ‘양궁 신동’으로 기대를 모았다. 초등학생이던 2016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중국 고교생 선수와 대결에서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앳된 미소를 지으며 “이제까지 살면서 슛오프까지 간 게 처음이어서 긴장됐다”고 너스레를 떨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양궁인들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김제덕의 강한 멘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발, 한 발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대범함을 타고났다. 지난달 초 국내에서 열린 2021 아시아컵국제대회가 첫 성인 국제대회일 만큼 경험이 일천한데도 첫 올림픽 무대서 흔들리거나 위축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김제덕은 3관왕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첫 금메달을 따낸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제 돼지꿈, 용꿈은 아니었지만 뱀 꿈을 꿨다.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 있었다”며 다관왕 욕심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아주 좋은 기운이라고 생각하지만 꿈은 꿈일 뿐이다. 열심히 해야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세상의 모든 양궁 금메달을 다 가지고 싶다”는 자신의 주문처럼 올림픽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양궁 아이돌’ 김제덕이 세계 양궁 역사에 또하나의 대기록을 남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