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음식’ 라면의 배신?…오뚜기, 농심 등 라면값 줄줄이 오른다

고객들이 한 대형 마트에서 라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오뚜기에 이어 농심도 라면 가격을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주요 라면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삼양, 팔도 등 후발 주자 역시 라면값을 줄줄이 올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마저 생필품 인플레이션(가격 인상)을 빗겨가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장비구니는 더 팍팍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도 라면값 평균 6.8% 인상…라면값 줄줄이 오른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달 16일부터 주요 라면의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하기로 했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이번에 가격이 인상되는 제품 중 농심의 주력 상품인 신라면이 7.6%로 가장 많이 오른다. 이에 따라 대형 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676원에 판매되는 신라면은 다음달 16일 이후에는 736원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이와 함께 안성탕면과 육개장사발면도 가격이 각각 6.1%와 4.4% 올라간다.

농심 관계자는 “그간 라면 가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며 원가 인상의 압박을 감내해왔다”며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경영비용 상승으로 원가 압박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기로 하면서, 라면값 인상에 불을 지폈다.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은 13년여 만이다. 오뚜기는 대표 제품인 진라면 가격을 12.6% 올리기로 하면서, 가격 인상폭이 가장 크다.

이처럼 농심, 오뚜기 등 라면업계 ‘빅 2’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삼양식품이나 팔도 등 후발 업체도 라면 가격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업체는 아직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들 역시 원가 압박이 누적돼온 만큼 조만간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라면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천정부지 치솟는 밀가루·팜유 가격에 원가 압박 ↑…그래도 서민음식인데

라면업체들이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모두 같은 이유에서다.

주 원료인 밀가루나 팜유 등 식품 원자재의 가격이 대폭 오른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및 물류·판매관리비 등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라면이 ‘서민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가격 민감도가 높다 보니 업체로서도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들의 비난을 무릎써야 할 정도로 원가 압박이 심각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하는 소맥 선물가격은 5월 말 현재 t당 40%가량 뛰었다.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MDEX)에서 거래되는 팜유도 같은 기간 t당 2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는 최근 농심과 오뚜기 등 주요 고객사에 밀가루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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