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헌법 위의 악법’외 신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헌법 위의 악법(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삼인)=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12월 이념적 대치가 심한 상황에서 임시법 형태로 제정됐다. 몇 차례 개정 및 폐지 논란이 있었지만 여전히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주로 변론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기획·저술한 이 책은 국가보안법이 왜 폐지돼야 하는지 조목조목 따졌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을 가장 오래된 악법, 헌법 위에 존재하는 악법으로 규정, 인권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강정구 교수와 최장집 교수의 논문 사건을 비롯, 북한영화 연구자의 이적표현물 소지 사건, 화가 신학철의 ‘모내기’ 그림 사건, 조정래의 ‘태백산맥’ 고발사건 등이 소환된다. 여기에는 일반인도 포함됐다. 트위터에 북한 찬양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은 박정근 씨 사건, 이적 표현물 탐독을 권유했다는 이유로 내사 및 재판을 받은 김효성 교수사건 등이다. 국가보안법 중 가장 악명높은 제7조의 위헌성 등을 법리적으로 밝힌 부분은 이 책의 핵심이다. 이는 사람의 고유 생각을 처벌하면서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고 예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생존권과 평등권 즉 국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 정신인 국제평화주의 및 평화통일 원리를 명백히 위반하고 광범위하고 불명학한 처벌권은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기회가 그동안 세 번이나 있었지만 좌절됐다며, 국회에 법률안이 발의된 지금 네 번째 기회임을 역설한다.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알랭 제르보 지음, 정진국 옮김, 파람북)=‘20세기 오디세우스’라는 별명을 지닌 프랑스 국민 영웅 알랭 제르보의 남태평양 항해 일기. 해양 다큐멘터리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책으로, 홀로 망망대해를 헤쳐나간 모험과 그가 사랑한 폴리네시아의 문화와 사람, 자연에 대한 관찰을 담았다. 알랭 제르보는 작은 돛배 ‘피레크레’로 대서양 단독 횡단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다. 또한 세계일주 단독 항해에 유럽인 최초로 성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항해일지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명들이 등장한다. 신혼여행지로 즐겨찾는 태평양의 사모아, 피지, 타히티, 폴리네시아 등을 비롯, 호주 주변과 대서양의 수많은 섬과 바다가 나타난다. 관광지로만 인식되는 이 곳들의 진짜 자연과 인간, 삶과 풍속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점점 사라져가는 해양 문화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당시 수많은 섬들을 연결하는 연락선과 관광용 기선 등을 통해 해도, 항해술, 통신망 등을 엿볼 수 있다. 알랭은 유럽강대국들이 지배한 식민지 문화에 비판적 시선을 보여주며, 소박하게 살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건강한 섬사람들의 문화에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각종 물고기들의 생태를 세심하게 관찰, 그 습성을 파악해 물고기와 함께 노는 장면은 흥미롭다. 책에는 알랭이 그린 피테크레의 도면이 들어있는데, 서가와 침대, 옷장 , 소파와 부엌, 접이식 책상 등은 그의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929년에 초판 출간해 유럽과 미국에서 수백만 부가 판매된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편집자의 세계(고정기 지음,페이퍼로드)=훌륭한 작가 뒤에는 재능을 알아봐 주는 훌륭한 편집자가 있게 마련이다. 때로 편집자에 의해 훌륭한 작가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신인작가 헤밍웨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대작가로 키워낸 건 맥스웰 퍼킨스라는 명편집자였다. 27살의 헤밍웨이는 보니 앤 리버라이트 출판사와 인연을 맺고 있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는 퍼킨스에게 끌려 ‘봄의 분류’라는 작품을 썼다. 이 작품은 셔우드 앤더슨이 쓴 소설 ‘어두운 웃음’을 풍자한 것으로, 앤더슨은 보니 앤 리버라이트 출판사 작가였다. 앤더슨에 대한 예의상 ‘봄의 분류’ 출판을 단념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헤밍웨이가 스크리브너스 출판사의 작가가 된 것도 퍼킨스의 공이 컸다. 퍼킨스는 작가의 재능에 항상 주목, 신진작가를 발굴해 함께 일하기를 좋아했다. 스콧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제임스 보이드, 어스킨 콜드웰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그런 식으로 무명일 때부터 눈여겨보고 대작가로 키워냈다. ‘분노의 포도’의 작가 존 스타인벡과 편집자 파스칼 코비치는 깊은 신뢰 관계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출판사를 운영했던 코비치는 무명의 스타인벡의 책을 상업적 실패에도 꿋꿋하게 믿고 출간, 스타인벡이 자신감을 얻고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15명의 유명 편집자를 소개한 책은 저자가 모은 편집자의 회고록은 물론 관련 인물의 저서와 미국 출판 잡지 역사에 관한 책을 두루 참조, 편집자와 작가의 관계, 편집세계를 일화중심으로 흥미롭게 소개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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