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한국 재벌지형도 진화…벤처기업가 급성장”

한국 재벌들의 순위 구조에서 새로운 엘리트들이 등장하며 부자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들 신흥 부자들은 수십년 된 거대 기업들을 물려받은 상속인들을 추월해 부자들리스트에서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주자는 모바일 메시지 앱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브라이언 김) 의장이다. 그는 최근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사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블룸버그 '韓 재벌지형도 진화…벤처기업가들의 유의미한 급성장'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 ⓒ 뉴스1

◇ 부자 1~7위 중 4명이 자수성가 : 블룸버그가 집계한 한국 부자들 1~7위까지 중에는 김범수 의장처럼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4명이나 올라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의장은 순자산 규모가 129억달러(약 14조 9820억 6000만원)으로 순자산이 118억달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2위로 밀어냈다.

3위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으로, 그의 순자산은 104억달러다. 역시 셀트리온을 일류 생명과학 기업으로 키워낸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4위 역시 자수성가한 인물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68억달러)이며, 5위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67억달러)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모친이며 유산 상속을 통해 삼성전자의 최대 개인 주주가 됐다.

6위는 김범석 쿠팡 전 의장이다(65억달러). 자신이 창업한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되면서 자산이 6배로 늘었다. 7위는 전통 재벌인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그의 순자산은 63억달러다.

◇ 재벌 주도 경제에서 벤처 주도 경제로 전환: 부자 수위의 이 같은 변화는 1조6000억달러 규모인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

인사말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다. 한국 사회에서 삶의 모든 면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가족 중심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새로운 부자들이 불평등 확대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으며 사회에 환원하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이들이 정경유착을 통해 기업을 키워온 기성 재벌들과 다를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은 “부자 순위의 변화는 한국에 긍정적인 변화”라며 “새로운 부자는 상속이 아닌 개인의 노력을 통한 부의 창출을 보여주며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재벌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전쟁의 잿더미에서 아시아의 ‘경제 기적’을 만드는 데 기둥 역할을 해왔다. 정치 지도자들은 현대, 삼성, LG, 한진 등 대기업에 의존해 국가 재건을 추진해 왔으며, 이들 재벌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력을 부여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정경유착 스캔들과 각종 부패 사건들로 국내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며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재벌의 사업 관행을 재정비하겠다고 다짐했고 정부는 지난해부터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재벌이 주도하는 이미지를 가졌던 한국의 경제계는 벤처 기업들에 서서히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자상거래, 엔터테인먼트, 생명공학 등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수십억달러의 자금 조달, 기업 공모, 기업 인수 등을 부채질했다.

한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벤처캐피탈 투자는 27억달러(약 3조7700억원)에 달해 지난 6개월 동안 사상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韓 재벌지형도 진화…벤처기업가들의 유의미한 급성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 뉴스1

◇ 사회적 의식도 진화된 벤처기업가들: 신흥 부자 중 일부는 자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과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의 모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의 설립자인 김봉진 의장은 사재를 털어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자기 재산을 기부하지 않는 기존 재벌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기존 재벌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자선단체에 기부할 가능성이 더 크다.

벤처캐피털 TBT의 임정욱 대표는 “한국 부유층에서 큰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 기업인 CEO스코어의 박주건 대표는 “많은 재벌은 재산을 자손에게 이전하고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수단을 사용해 비난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은 소액 주주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자본 가용성의 향상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디지털 도구의 채택이 증가해 신생기업의 성장이 촉진되고 있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은 10일 기업공개(IPO)를 통해 3조원대의 주식부호 반열에 올랐다. 이는 국내 주식 부호 11위에 해당한다.

성균관대 김 대학원장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자금을 조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었다”며 “이러한 새로운 부자들이 전통적인 부자들을 추월하는 사례가 더 많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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