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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20년간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부은 100조원 상당의 군사 자산을 품에 넣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모든 군사 물품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중 상당수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선뜻 그것(군사 물품)을 돌려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수백만 달러 상당의 군수 물자를 적에게 빼앗긴 것은 20년 전쟁을 끝마친 맥락에서 대통령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덧붙였다.
아프간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아프간 정부군에게 제공한 총기와 차량, 그리고 남부 칸다하르 공항에 있는 UH-60 블랙호크 공격헬기가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AFP는 전했다.
설리번 대변인은 블랙호크가 탈레반과 싸우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됐다고 언급했다.
AP 통신도 미국이 20년 동안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830억달러(97조원 상당) 규모의 무기를 탈레반이 노획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매우 빠르게 붕괴하면서 미군 투자의 최종 수혜자는 탈레반이 됐다고 AP는 평가했다.
탈레반은 지역 중심지 방어에 실패한 아프간 정부군을 전투 없이 제압하면서 현대식 군사 장비를 탈취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아프간 정부군은 모두 21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대다수가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AP는 아프간 정부군의 빠른 붕괴는 이라크에서 일어났던 일과 비교하면서 (아프간 정부군이) 우수한 무기를 갖추고 있었지만, 전투 동기 부여라는 중요한 요소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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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돈으로는 의지를 살 수 없다”면서 “리더십은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탈레반이 미군이 남기고 간 군사 자산을 확보하면서 주변국 침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탈레반 같은 극단주의자들 손에 미군의 무기와 장비가 넘어가면 중국 신장(新疆)을 포함한 역내 불안정을 악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러시아제 AK-47 소총을 미국의 현대식 소총으로 교환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SCMP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지원한 총, 탄약, 장갑차 같은 무기가 탈레반에 탈취된다면 이 지역의 모든 정부의 대테러 작전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