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투잡 뛸 기회” …한인은행원 새 풍속도

TWO-JOB
<Pexels>

“투 잡, 당연하죠”

한인 상장은행에서 근무하는 한인 Y씨, 책상 위 2개의 모니터에 번갈아 시선을 던진다.

한개의 화면에는 본업인 은행업무가, 또 다른 화면에는 최근 시작한 부업을 위한 자료가 떠 있다.

최근 코로나 백신 보급이 확산되면서 하이브리드 (출근과 재택의 결합) 근무제가 시작됐지만 쏠쏠한 부수입이 보장되는 부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Y씨는 “주변에 나처럼 투잡 족이 상당하다”며 “은행 외에도 보험사나 투자 쪽에서 일하는 친구도 부업으로 추가수입을 올리고 있다. 영어가 뛰어난 친구는 한국에서 번역 업무를 받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에 따라 규정이 다르겠지만 위에 보고하면 투잡을 허락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이를 독립계약 형태로 처리해 세금보고만 하면 된다. 반대로 겸업을 금지하는 곳도 있는데 이런 직장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가족이나 형제 이름으로 돌려서 돈을 받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100% 출근제 문화로 완전히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다수의 한인 직장인들이 투잡을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에 근무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도 이미 올해 초부터 부업을 시작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권유로 메디컬 빌링 쪽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를 부업으로 삼아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씨는 “남편이 100% 출근제로 돌아갔고 나는 재택과 출근의 비율이 65%,35%정도 된다.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면 본격적으로 두 가지 일을 함께 시작한다. 내가 출근하는 날은 일을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남은 시간에 부업을 한다. 가능할 때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저축하려고 한다. 승진과 수입 증가에 대한 보장은 없지만 해고 위험은 언제나 있다. 또 아이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양육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을 수록 좋다. 당장 보장되는 돈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고 말했다.

한인 투잡족들은 “출퇴근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출근을 한다고 해서 모든 시간을 업무에 사용하지는 않는다. 일에 대한 배분만 잘 이뤄지면 평소 직장에서 일하는 만큼만 하고도 추가 수입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은행의 HR 부서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업이 은행의 업무와 상충되는 ‘conflict of interest(이해의 충돌)’이 없다는 전제하에 미리 허락을 받으면 투잡이 가능하기는 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투잡을 하는 경우는 코로나 19이전까지는 못 봤는데 요즘 알게 모르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단 서로 알면 불편할 수 있어 앞서 언급한 이해의 충돌이 없는 투 잡을 하는 경우에는 보고하는 비율이 적다고 한다.

투잡 문화는 한인사회만이 아닌 주류사회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도 최근 ‘투잡족의 비밀’이란 보도를 통해 “IT, 은행 그리고 보험사 등 금융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는 화이트칼라 근로자들 상당수가 투잡 족으로 변신하고 있다”라며 “고용주는 대부분은 직원이 투잡족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투잡을 뛴다고 해서 이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지지도 않는다. 두 직장을 위해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은 합쳐도 40시간이 넘지 않는 편이다”고 전했다.

한편 투잡 족들을 위한 웹사이트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투잡족들은 ‘오버임플로이드 닷컴(Overemployed)’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오버임플로이드는 ‘투 잡을 통해 재정적인 자유를 얻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플랫폼인데 투 잡 직장인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급성장해 제 2의 레딧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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