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대지진…아이티는 준비되지 않았다

아이티 플로항에 지난 17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지진으로 무너진 집 잔해 위에 앉아 있다. [A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카리브해 섬나란 아이티가 최근 규모 7.2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가운데 피해 건물 대부분이 정부의 건축 기준을 무시하고 내진설계 없이 지어져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번 아이티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모두 결함이 있었다”며 “아이티 정부가 2010년 대지진 이후 마련된 건축 규정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이티 정부는 20만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겪고 난 뒤 2012년에 건축 규제를 개정했다.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내진설계 규제를 참고했다. 그 뒤 2015년에는 지진 피해 위험이 있는 건물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건물 기술국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티는 사후 대책을 지키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클로드 프레페티 아이티 정부 소속 공학자는 “현재 건축 규제를 강제하는 법이 없다”며 “아이티의 지진 감지 센터조차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라파엘 이즈메리 국립 아이티 공학자와 건축가 대학 소속 회원은 “아이티 내 80% 이상의 건물은 비공식적으로 지어지며, 사전 건축 계획도 거의 세워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금을 낼 수 있는 건설업자와 민간 기업이 상업용 건축물을 지을 때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자금 부족으로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르노베리 미국 카리브 대학 토목과 학장은 “사람들은 내진설계를 위한 돈과 건축자재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티 시민은 한 번에 집을 지을 수 없어 미완성 상태인 금속 구조물을 몇 년 동안 그대로 두기도 한다. 이 때 금속이 부식돼 안정적인 건물이 지어질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지진에서 무너진 건물 대부분은 아이티 해변에서 구한 모래로 지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모래가 이용된 것이다. 결국 해변 모래에 섞인 알갱이와 조개껍질은 건물을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비정부 기구(NGO) ‘빌드 체인지(Build Change)’의 부회장이자 공학자 리지 콜린스는 “지진이 일어나고 나서야 기부 기금이 늘었다”며 “평소 외국 기부자의 관심이 제한적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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