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출 쉬운 결정…탈레반, 나와 가족에게 위험”

한국 정부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아프가니스탄인의 국내 이송을 위한 ‘미라클 작전’이 전개중인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해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몰리면서 카불공항 인근에선 큰 혼돈이 빚어지고 있다.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 정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던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26일 한국에 입국한다.

25일 외교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조력한 아프간 현지인 이송을 위한 ‘미라클 작전’에 투입된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은 이르면 26일 오전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정부는 그간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명의 국내 이송을 추진해왔다”면서 “이들은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해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어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76가구 391명으로, 신생아 3명을 포함한 100여명의 영유아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직원 21가구 81명, 바그람 한국병원과 관련된 35가구 199명,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과 관련된 14가구 74명,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을 지원한 5가구 33명, 그리고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관련된 1가구 4명 등이다.

애초 427명이 신청했는데 이후 아프간 잔류나 제3국행을 선택한 인원이 빠지면서 최종 391명으로 확정됐다.

한국행을 바라는 현지인은 100% 다 포함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과 같은 대규모 현지인 이송 작전은 이번으로 마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으로 입국 예정인 아프간인들은 모두 파키스탄으로 빠져나온 상태다.

앞서 26명이 1차로 우리 군 수송기편으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한 데 이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남아있던 365명도 파키스탄에 도착했다.

미라클 작전을 위해 아프간에 다시 들어갔던 한국 대사관 직원도 모두 철수했다.

한국행 아프간인들이 안정을 찾으면서 이들이 아프간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도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이번에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빠져나온 여성 A 씨는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쉬운 결정이었다”며 “내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그래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간 매일 (대사관 측과) 이메일로 소통하며 상황을 체크했다”면서 “대사관 측에서 언제, 어디까지 와야 한다고 알려줬다. 여행증명서를 받은 3∼4일 후 여기에 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한국인들과 3년간 근무한 남성 B 씨는 아프간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탈레반은 외국기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탈레반은 나와 내 가족에게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불공항은 여권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안으로 들어가려는 인파로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면서 “한국 팀은 우리를 공항 내부로 들여보내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며 한국 정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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