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과로사…위태로운 배달원들 [배달원 40만명 시대]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 날 서울 시내의 한 도로 위로 배달라이더가 비를 맞으며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

교통사고에 과로사까지, 연이은 배달원 사망 사고에 배달업계는 비통에 빠졌다. 배달원들은 불안정한 근로 환경 속에서 벌어진 ‘산재(産災)’라고 토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일감은 많이 늘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한 업무에 몰리다 보니 목숨마저 잃게 된다고 배달원들은 하소연 하고 있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연이은 택배·음식 배달 종사자들의 사망 사고를 두고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열 경쟁으로 인한 운임 하락 등인 원인으로 꼽힌다.

음식 배달의 경우 배달 라이더가 급증함에 따라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화하면서 돈을 벌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급증하는 배달 수요 속에서 많게는 연 1억원의 수익을 거둔 배달 라이더들의 ‘황금기’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에 편승해 배달 라이더가 큰 수익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해당 업종으로 많은 사람이 몰렸기 때문이다. 배달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전업으로 활동하는 배달 라이더 수는 약 20만명에 달한다.

이에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한 주행을 하다보니 사고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배달 라이더가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등 최근 관련 사고가 잇달았다.

도로교통공단이 집계한 최근 5년간 이륜차 사고 횟수를 보면 2016년 1만3076건이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1만8280명으로 39.8% 증가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지난해 각각 439건과 2만3673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달 라이더만 따로 집계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륜차 사고 급증이 늘어난 배경으로 경찰은 배달 라이더 증가를 꼽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배달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26) 씨는 “1년 전만 하더라도 건당 1만원이 넘었던 배달 수익이 현재는 비가 오는 날에도 5000원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수익이 떨어지다 보니 과속 운전을 하더라도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배달노조)는 교통 법규를 위반하며 운전하는 실태를 막기 위한 개선책으로 시간제 급여 체계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김영수 배달노조 지부장은 “라이더가 시급을 받게 되면 전혀 무리할 일이 없어진다”며 “가령 시간당 4건을 처리하도록 설정되면 배달원들이 무리하게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럴 경우 사측에선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게 돼 좀처럼 도입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 역시 대형 택배 업체들의 경쟁으로 운임이 계속 하락해 과로에 내몰렸다고 했다. 양영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장은 “물량이 늘어도 노동자들의 실생활은 좋아지지 않았다. 15년 전에는 하루 100개, 120개만 해도 살만했는데 지금은 500개, 600개를 해야 비슷하다”며 “운임이 계속 내려가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택배 기사들은 하루 12시간이 넘게 일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에다가,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하는 분류 작업에도 투입되기도 했다. 허리 부상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직업병’으로 치부될 정도다.

택배 노사 간 협의에 따라 분류작업에서 택배 기사 제외, 택배요금 건당 170원 인상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노조는 아직 개선할 사항이 많다고 주장한다. 협의된 내용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택배사가 분류 작업에 인력을 직접 투입해야 함에도 이를 잘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도 분류 작업은 기존의 택배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채상우·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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