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계대출 단속한 정부, 기업대출은 확대 캠패인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더 조이기 위해 은행권에 기업대출을 더 늘릴 것을 주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본 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지난해 조기 도입하면서 시중은행들로부터 기업대출 공급계획을 제출받았다.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낮춘 바젤Ⅲ 도입으로 은행들의 기업 자금 공급 여력이 확대됐다.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향후 2년간 준수할 기업대출 비중으로 50% 후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들이 제출한 기업대출 비중은 만기 연장도 포함돼 현재 집계하는 잔액 기준 비중보다 높게 책정됐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공급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45.2%였던 기업대출 비중이 7월 말 기준 45.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47.6%에서 49.1%, 하나은행은 46.55%에서 47%, 우리은행은 44.9%에서 46.35%로 확대됐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억제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업대출 공급계획”이라며 “금융 당국에 제출한 기업대출 비중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가계대출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업대출 공급계획이 어느 정도 가계대출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며 “현재 기업대출 비중 목표치가 느슨하게 제시된 은행을 대상으로 하거나 추가적인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기업대출 공급계획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농협은행은 기업대출 비중을 상향시켜서라도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말과 비교해 올해 7월 말 기업대출 비중이 줄었다. 지난해 말 44.4%에서 올 7월 말 43.3%로 떨어졌다.

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 증가 규모가 기업대출 잔액 증가 규모를 넘어선, 유일한 은행이다. 해당 기간에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각각 3조4619억원, 8조9838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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