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5℃ 추위속에서 채소 자란다?”…남극 식물농장 본격가동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설치된 실내농장.[극지연구소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최저기온 영하 25.6도 혹독한 추위의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수박이 재배됐다. 수박 같은 열매채소를 수확한 것은 우리나라가 남극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극지연구소와 농촌진흥청은 남극세종과학기지 실내농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기지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실내농장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지난해 10월 말 국내를 출발해 올해 1월 기지에 도착했으며, 5월 7일 첫 파종 후 6월부터 매주 1~2kg의 잎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7월 중순부터는 오이와 애호박, 고추가, 8월 중순에는 토마토와 수박이 처음으로 수확됐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는 현재 17명의 월동연구대원이 체류하며,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다. 기지에서는 채소류를 장기 보관하기 어려운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접한 칠레, 주변 기지와 왕래가 중단되면서 6개월 넘게 신선 식자재 구경이 힘들었다.

실내농장에는 발광다이오드 (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하는 기술이 사용됐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실내농장 내부의 재배 환경과 생육 상황을 영상으로 원격 모니터하며 기지 대원들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시로 컨설팅하고 있다.

실내농장에서 재배한 수박.[극지연구소 제공]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29개 나라가 남극에서 83개 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만 신선 채소 공급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잎채소와 열매채소를 동시에 재배할 수 있는 실내농장을 구축한 연구기지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남극세종과학기지가 두 번째다.

극지연구소와 농촌진흥청은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에게 신선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남극에 실내농장 보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2010년에 이어 지난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두 번째 실내농장을 보내게 됐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대원들이 신선한 채소를 자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기지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라며 “장기간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이 실내농장에서 푸르른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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