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현장에 새롭게 건립된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미국에서 가장 비싼 업무빌딩이지만, 입주 7년여간 공실 사태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입주율이 높아져 최근 입주율이 9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전경.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9·11 테러로 미국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이 붕괴된 자리에 다시 세워진 원월드트레이드센터(OWTC) 빌딩은 장기간 공실 사태를 겪었지만, 테러 20년이 지난 현재 입주율이 9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사비용만 약 38억달러(약 4조4460억원)가 투입된 미국 내 가장 비싼 초고층 업무빌딩인 OWTC는 2014년 11월 입주 개시 이래 7년째 부정적 이미지 속에 장기간 적자 행진을 이어왔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OWTC의 수입은 3억2800만달러(약 3837억원)에 지출은 3억3500만달러(약 3919억원)로 여전히 약 700만달러(약 8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중의 OWTC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줄고 입주율이 90%까지 늘면서 희망적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업무 공간 임차인이 OWTC를 꺼렸던 이유는 주로 9·11 테러와 연관된 나쁜 기억이나 두려움 등 감정적 요인이었다.
건물 공사가 진행되던 2010년부터 임차인 모집에 나섰던 부동산 개발업자 더글라스 더스트는 “예비 임차인을 접촉해 보니 테러 공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일부 있었다”면서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데 수 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임차인과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으면 건물 위치가 불편하다고 딴지를 거는 사람이 꼭 한 명씩 있었다”면서 “그래서 대형 임차인보다 소규모 임차인 유치에 나섰다.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원에게 ‘이곳이 싫으면 나오지 말라’고 할 수 있는 회사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테러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당시 끔찍한 참사 현장과 관련이 없는 젊은층 위주로 OWTC에 대한 태도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WSJ는 9·11 테러 당시 유아나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이 직장인이 되었다면서 그들은 9·11 테러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역사의 한 장면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잡지 뉴요커 편집자인 타일로 포갓(26)은 “젊은 사람 대부분은 OWTC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잡지 편집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점점 OWTC에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이다. 그곳에서 더 이상 9·11 테러를 떠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차인에게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돼 체감상 주변 건물 임대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임차인을 더욱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건설 계획은 있었지만, 담장을 두른 채 착공에 들어가지 않던 인근 건설현장에서도 공사가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9·11 테러 현장은 현대적인 최첨단 업무빌딩 지구의 면모를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WTC 쌍둥이 빌딩과 5개의 건물이 있던 테러 현장에는 9·11 기념관과 박물관, OWTC 등 빌딩 3개와 쇼핑몰 하나가 들어섰다.
테러 당시 있었던 음악 공연장과 그리스정교 예배당은 2023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그 외 계획된 업무빌딩 2개와 주거용 건물 1개는 아직 착공을 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