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의 힘찬 노젓기…“역주행 후, 날 대하는 법 달라져”

년 전 발표한 ‘롤린’의 기적 같은 역주행 이후 브레이브걸스는 올 한 해 가장 사랑받는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지난 여름 ‘치맛바람’으로 정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가 두 달 만에 새 앨범을 내고 힘찬 노젓기를 시작했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장 어두울 때 밝은 곳으로 향했다. 4년 전 발표한 ‘롤린’의 기적 같은 역주행 이후 찾는 곳이 많아졌다. 단숨에 ‘대세’ 자리로 뛰어올랐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도장을 찍으며 ‘대중친화’ 걸그룹으로 맹활약한 브레이브걸스는 ‘연예계 불문율’을 따랐다. 물 들어올 땐 노를 젓는게 인지상정. 더 가열차게 저었다. 역주행 이후 지난 6월 내놓은 ‘치맛바람’으로 ‘정주행’ 성공 스토리를 쓰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신보로 돌아왔다.

이번 신보는 ‘굳히기’ 한 판이었다. 전작 ‘치맛바람’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역주행 탄력을 이어받은 성공이었다면, 지난달 말 선보인 새 앨범 ‘애프터 위 라이드(After We Ride)’는 ‘반짝 인기’를 뛰어넘고자 하는 전략이 담겼다. 앨범 자체가 리패키지 앨범이다. 신보의 타이틀곡 역시 ‘술버릇(운전만해 그후)’. ‘롤린’ 역주행 후 ‘숨은 명곡’으로 불렸던 ‘운전만해’의 이후 스토리를 담은 노래로 브레이브걸스의 이전 음악 세계관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운전만해’는 멤버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남아있는 곡이다. 오랜만의 컴백으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와 지난해 선보였던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브레이브걸스 민영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더 민영은 최근 진행한 서면인터뷰를 통해 “‘운전만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무대에 설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앨범이거든요. 3년 5개월 만에 컴백했는데 반응이 너무 안 좋아서 속상했어요. 열심히 준비해서 나왔는데 뭘 해도 안되는구나 싶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죠.” (민영)

‘롤린’의 역주행으로 ‘운전만해’까지 주목받은 것이 결국 이번 앨범까지 이어지게 됐다. 무수히 많은 CF의 주인공이 됐고, 지난 10일 열린 한국방송대상에선 여자 최우수가수상까지 받았다. 역주행 이후 매일 달라진 하루를 보내는 멤버들은 모든 순간이 ‘기적’이라고 말한다. 해체 직전까지 가며 자신감이 떨어졌던 멤버들이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은 눈에 띄는 변화였다.

브레이브걸스 유나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주행 이후로 저 자신을 대하는 방법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전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간절히 바라왔는데 생각만큼 제가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속상하고 우울한 날이 많았어요. 그런데 역주행 이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지인 분들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사랑을 받으면서 나 자신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자신을 더 사랑해주게 된 것 같아요.” (유나)

“예전에는 ‘나는 뭘 해도 안될거야’라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역주행 이후엔 ‘그래도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 것 같아요.” (유정)

브레이브걸스 유정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브레이브걸스로서의 행보를 봐도 자신감이 붙었다. 신곡 ‘술버릇 (운전만해 그후)’은 브레이브걸스가 해보지 않은 장르로의 도전이다. 권태기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운전만해’의 속편 격인 ‘술버릇’은 ‘운전만해’ 속 커플이 이별을 한 후의 감정을 그렸다.

“이 곡은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장르의 곡이에요. 예전 같았으면 저희가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서 잘 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지레 겁부터 났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곡을 듣고 저희만의 색깔로 잘 풀어보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녹음을 한 것 같아요.” (유정)

“이번 앨범을 통해 브레이브걸스도 이런 장르의 곡을 소화할 수 있는 그룹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유나)

브레이브걸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잘 짜인 서사를 바탕으로 한 ‘영리한 전략’, 브레이브걸스의 탄탄한 실력이 더해지며 이번 신곡에도 ‘청신호’를 켰다. ‘술버릇 (운전만해 그후)’ 뮤직비디오는 공개 일주일 만에 2000만뷰를 넘어섰다.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트렌디한 요소를 넣은 점은 대중적 걸그룹을 지향하는 브레이브걸스의 방향성에도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브레이브걸스를 향한 호감도가 높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몸소 겪으며 좌절하고 실패하다가도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함으로 버틴 멤버들을 향한 응원이 뜨겁다.

“저희와 같은, 또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또래의 사람들이 저희를 보고 다시 희망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아마 저희의 기적 같은 스토리가 간절하신 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나 간절한 순간이 한 번쯤은 있잖아요. 그래서 공감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저희도 누군가에게 에너지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또 감사합니다.” (유나)

“예전에는 무엇을 해도 주목을 받지 못 해서 오히려 속상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가져주시는 관심이 너무나 감사해요. ‘희망의 아이콘’이라는 너무 감사한 수식어를 가지고 기회를 잡은 만큼 팬 분들이 보내주시는 기대와 응원에 반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민영) 

브레이브걸스 은지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체 직전에 찾아온 ‘기적 같은 역주행’으로 브레이브걸스는 쉴 틈 없이 달리고 있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았을 상황에 찾아온 성취임에도, 치고 나오는 기세가 거침없다.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은 “데뷔 후 5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다”고 말한다.

“저희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의 곡들을 점점 넓혀가고 싶어요.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그룹이라고 인정받고 싶고, 누가 들어도 저희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색이 뚜렷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언제까지나 신선하고 매 앨범이 기대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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