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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상장은행의 모 간부인 Y 씨. 얼마 전 전해진 대형 인수합병 소식 이후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내부직원들의 유출을 막는 동시에 평소 같으면 노려 보기 힘들던 대출 및 크레딧 관련 부서 인력을 스카웃하기 위해서다.
최근 자산 규모 미 8대 은행인 US 뱅콥이 일본계 MUFG유니언 뱅크 인수를 발표하면서 한인 은행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자산규모 5478억달러에 달하는 US뱅콥은 LA 카운티에서만 170개 지점망에 유니언뱅크의 대출 580억달러, 예금 900억달러를 흡수,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예금고 10위에서 단숨에 5위로 상승하게 된다.
한인은행의 입장에서 새로운 메가뱅크의 등장은 단점(Cons)과 장점(Pros)이 함께 한다.
우선 단점이라면 중국계 은행에 이어 유니언 뱅크 합병으로 소수계에 대한 영업력을 대폭 보강한 US 뱅콥과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합병 은행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인 고객을 공략하면 핵심 고객의 대거 이탈이 생길 수 있다. 또 이들이 한인 은행 내 우수인력을 적극 스카웃 할 경우 가뜩이나 빠듯한 인재수급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
한인 상장은행의 한 간부는 “중국계 은행이 한인은행에 비해 높은 연봉으로 인력을 스카웃하는 상황에서 US 뱅콥은 이보다 한 단계 위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초대형 은행이다. 직원들과 더욱 자주 소통하면서 이직 움직임을 살피는 것과 동시에 직원들에게 핑크빛 비전을 적극 제시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직장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다”라며 “고객의 경우 1세대는 익숙함과 유대감을 앞세워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겠지만 1.5세와 2세 그리고 3세대 고객들은 한인은행과의 유대감이 거의 없다. 이들은 자신에게 좋은 조건이라면 쉽게 은행을 바꾼다. 아무래도 은행 규모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고객 유출 움직임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합병이 한인은행이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워낙 몸집이 큰 2개의 은행이 합치게 되니 영업망이 겹치는 지역, 그리고 같은 부서에서 빠른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리에서 밀려나는 인력이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한인은행에서 이러한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 공략하면 빼어난 업무능력을 가진 인재를 손쉽게 스카웃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한인은행권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타인종 직원, 특히 소수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이 중 언어 사용자와 한인은행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IT 전문 인력은 새로운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지난 수년간 쌓아 온 네트워크를 통해 US 뱅콥과 유니언 뱅크 직원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연봉면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겠지만 보다 많은 인센티브와 근무 유연성 그리고 고용 안정성 등을 내세워 대출 및 IT 부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며 “은퇴를 앞둔 연령대의 직원이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20대의 직원보다는 3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고용 및 수입의 안정성이 중요한 연령대를 집중 공략하면 오히려 이번 기회에 좋은 인재를 스카웃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