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건희 컬렉션’ 계기 미술품 물납제로 미술산업 육성해야”

이달 10일 전남 광양시 광양읍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열려 관람객이 한국 인상주의 작가인 오지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 기증을 계기로 정부가 미술품 물납제 도입 등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10년간 정체됐다며 물납제 도입과 아트페어 유치 등 제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프랑스, 영국, 독일은 상속세 등을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미술품 물납제 도입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민간의 기부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렇게 확보한 문화유산은 세계적 미술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 작고 후 유족들이 상속세로 납부한 약 200점의 피카소 작품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기증이 주목받으며 미술계를 중심으로 물납제 도입 논의가 이어졌으나 결국 불발됐다.

전경련은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해 국내 미술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의 주도 아래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전해 지난해 기준 규모가 501억 달러(59조원)에 이르렀다. 세계 자동차 반도체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45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거대시장인 셈이다.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는 2009년 395억 달러(47조원)에서 2019년 644억 달러(76조원)로 63% 커졌지만 국내 미술시장은 같은 기간 1.6% 성장(4083억원→4146억원)하는 데 그쳤다.

전경련은 미술관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국내 미술시장의 발전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각각 20만점, 6만6000점의 작품을 소장한 것과 달리 국내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은 각각 8500점, 5000점에 불과하다.

산업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거래시장의 경쟁력도 한국은 세계 15위 수준에 머물렀다.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세계 순수미술 경매시장은 미국(46억1400만 달러)과 중국(41억200만 달러), 영국(21억700만 달러)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5500만 달러)과 미·중과의 격차는 각각 84배, 74배다.

전경련은 홍콩이 2013년 글로벌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을 유치해 미술시장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미술산업 육성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작년 홍콩 민주화시위와 코로나19로 '아트바젤 홍콩'이 취소되면서 아트바젤이 포스트 홍콩으로 부산을 검토하는 등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K-팝처럼 한국 미술시장이 명성을 얻으려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제도적 지원과 육성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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