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탈환한 고진영 “때로는 주니어의 마음이 필요해요”

고진영이 24일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서 우승한 뒤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주니어 시절엔 ‘이렇게 연습하다가 죽겠구나’ 할 정도로 연습한 적도 있는데, 프로에 와서도 그런 마인드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 발전하고자 한다면 조금씩은 주니어 선수의 마음가짐을 갖고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고진영(26)이 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서 시즌 4승째를 올리며 한국 선수 LPGA 투어 통산 200승 달성과 함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한국인 197승부터 200승까지 마지막 4승을 혼자 책임진 고진영은 넬리 코르다(미국)에게 내준 세계 1위 자리를 4개월 만에 다시 가져오는 기쁨을 맛봤다.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시즌 첫 승을 거둔 7월 VOA 클래식까지 범위를 넓히면 최근 7개 대회에서 우승 4회, 준우승 1회다.

올 상반기 “골프 사춘기가 온 것처럼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던 고진영은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올림픽서 기대했던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 공동 9위로 마친 고진영은 본격적인 스윙 재정비에 돌입했다. 옛 스승인 이시우 코치와 함께 한달 간 국내에 머물며 훈련에 몰두했다. 오전 8시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연습장과 헬스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2개월 만에 나선 투어 복귀 무대서 곧바로 우승하며 매서운 반격을 시작했다.

고진영은 “주니어 시절에는 정말 이렇게 연습하다가 죽겠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계속 발전하려면 주니어 때 마음을 갖고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나는 대회 기간보다 대회 준비 기간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나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성취감도 있고, 그런 부분이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고진영은 세계 1위 탈환 뿐 아니라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176점을 획득, 코르다(161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에서도 역시 코르다를 따돌리고 1위가 됐고, 한 해에 가장 많은 톱10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보너스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도 챙겼다. 상금 부문에선 195만6415 달러로 코르다(197만4657 달러)에 이어 여전히 2위이지만, 격차를 크게 좁혀 남은 2개 대회에서 역전도 가능하다.

고진영은 지난 시즌 마지막 4개 대회만 출전하고도 상금왕에 오르며 투어를 평정했다. 올해 역시 지난 시즌에 버금가는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고진영은 일주일간 국내에 머물면서 다시 스윙 점검과 체력보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 파티를 하기엔 이르지만 연말에는 큰 파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11월 미국서 열리는 2개 대회서 또 한번 절정의 샷감각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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