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의 고기 무한리필 식당. 한희라 기자 |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폭등하는 물가를 견딜 수 없어 고기는 무한리필 제외됨을 안내드립니다. 기본 제공된 고기 외에는 추가 주문하셔야 합니다.”
서울의 한 뷔페식당은 최근 ‘그동안 무한리필로 제공했던 고기를 기본만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고깃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A사장은 “4개월 만에 대창은 7000원, 막창은 5000원 올랐다.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오른 것은 식당문 열고 처음이다. 계속 오른다고 하니 손님이 많이 와도 걱정된다. 무한리필을 아예 접을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기를 포함해 채소·생선·우유 등 모든 밥상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달 물가상승률이 2012년 2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부터 메뉴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는 동네 식당들이 부지기수다. 세계적인 물류대란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급 병목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관세청 수출입물가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냉동삼겹살(이하 1㎏ 기준)과 냉장삼겹살 가격은 7466원과 9139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2.09%, 21.95% 올랐다. 수입 소고기도 뼈 없는 소고기 9172원(15.02%↑), 냉동소갈비 9516원(6.68%↑), 냉장소갈비 1만6082원(44.09%) 등으로 나타났다.
농수산물의 경우 세 자릿수 인상률을 보인 품목이 허다하다.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의 10월 3주차(10월 16~22일) 주요 품목 동향을 보면 적상추(4㎏) 가격은 5만196원으로, 전년보다 467% 폭등했다. 조선애호박 한 상자(20개)는 3만607원으로 244%, 백다다기오이(100개)는 9만446원으로 322% 올랐다. 고등어 10㎏짜리 한 상자 가격은 6만3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 수입 냉동명태(10㎏)는 6만5677원으로 142% 올랐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수입 과일도 지난해 대비 10~15%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 상승, 글로벌 물류난 등 다른 신선식품과 상황이 비슷하다.
가공식품의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주요 우유업체들이 연이어 우윳값을 올린 가운데 롯데푸드는 다음달 1일부터 파스퇴르 우유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기준 흰 우유는 평균 4.9% 수준이며, 발효유는 평균 6.6% 인상돼 전체 인상률은 5.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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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가격인상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물가는 6개월째 2% 중후반대로 올랐다. 저렴하기로 유명한 낙원동 국밥집도 최근 돼지국밥과 소주 등의 가격을 1000원씩 인상했다. 그래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돈 4000~5000원으로 든든한 한끼를 즐기던 곳마저 이제 사라진 셈이다.
한 식당 주인은 “우삼겹 가격이 1년 반 사이에 7500원에서 1만5500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그동안 참았던 식당 사장들이 가격을 올리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계산을 해보니 장사를 할수록 재료비가 더 나오는 것 같아 가격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고 얼마를 올릴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산지 다변화 등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산지에서 생산량이 줄어든 경우가 많고 여기에 더해 인건비도 오른 데다 글로벌 물류난까지 겹치는 등 복합적 원인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일단 자체 마진율을 줄이는 식으로 가격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연말쯤에는 계단식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