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분위기가 불과 두 달 만에 180도 바뀌었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 의지를 밝힌 것을 넘어, 그동안 조심스러워했던 기준금리 인상까지 시사하고 나서면서다.
이 같은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한국의 금리 충격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20개월만에 다시 1%대로 올라선 한국에도 ‘매파’ 미 연준의 움직임이 추가 금리 인상 압박으로 곧장 직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달 2~3일 열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의사록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인플레에 놀란 연준이 그동안의 완화 기조 대신 ‘매파’적 분위기로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 내용을 보면 연준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가 계속될 경우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예정된 월 150억달러보다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가 FOMC 내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11월 회의록에는 “다수의 참석자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보다 계속 높을 경우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명시했다. 지난 9월 회의록에서 내년 말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number)’라고 표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5.0% 상승하며 지난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한 것도 연준의 긴축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물가 지표는 연준 목표치(2%)의 2.5배에 이른다.
연준 통화정책 목표의 또 다른 한 축인 고용 측면에서 예상 밖에 큰 회복세가 관찰된 것도 연준이 긴축으로 핸들을 꺾는 데 부담감을 덜어줬다.
미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주(11월 14~2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7만1000건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도 20만건 초반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보다도 더 적었던 셈이다.
1969년 11월 둘째 주 이후 52년 만의 최저치 기록에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경제적 진전”이라며 대환영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4~15일 개최될 예정인 FOMC 회의에선 테이퍼링 가속화는 물론 금리 인상 시작 시점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 국가의 금리 인상 도미노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역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주요 경제 대국 가운데 처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