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금리 올렸지만…내년말까지 ‘인플레이션 공포’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11월에 또 다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은 잡히지 않는 물가 때문이다. 최근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2%)의 물가 관리가 최우선 과제인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의 뚜렷한 명분을 줬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은 내년 하반기에나 풀릴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올려도 경기 자신감…물가 전맘치는 2.%로 상향조정=한은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도 경 성장전망(GDP) 전망치를 4%로 유지했다. 한은은 5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에서 4%로 상향 조정하고 이를 계속 끌고가고 있다. 8월 수정경제전망 발표에서도 2021년 연간 GDP 전망치로 4.0%를 제시하며, 4분기 GDP가 1.04%를 상회할 경우 연간 4%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 들이더라도 경제에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물가다. 당장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한은은 이날 발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2.1%에서 2.3%로 0.2%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이와 함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 2023년은 1.7%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물가 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2.7%로 각각 전월 대비 0.3%p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인 물가인식과 향후 1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산출한 결과인데, 2018년 8월 이후 가장 높고 상승폭은 2017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즉, 내년 체감 물가는 더 올라가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2.21(2015년 100기준)으로 전월대비 0.8% 상승했다. 지수 자체로는 196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 4월 이후 7개월째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 통상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되며 생산자물가는 약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조사하지 않는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모두 지수가 상승했다.

물가 오름세, 자산가격 상승에 따라 가계부채는 이미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게다가 가계부채 급증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가격도 ‘기대심리’ 반영과 늘어난 유동성으로 단기간 하락 전망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내년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자본연은 내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3.2%로 전망하면서 “양호한 경기 상황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기준금리 인상으론 역부족=문제는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이 기준금리 인상 만으로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수요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된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통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발생 원인 중 수요 측면은 어느정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공급 충격은 대응하기 쉽지 않다”면서 “글로벌문제이기 때문에 금리를 조인다고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동시에 공급 충격은 실물 측면에서 해결이 돼야하는데 대부분 내년 하반기 정도까지 가야 해당 문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식료품과 에너지가 주도해서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이 분야 가격은 공급망 불안과 기후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요측면 낮춰서 물가 압력을 완화시키는 것과 크게 관련이 없고 그런 채널이 작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간 왜 우리나라 물가가 올랐는지, 인플레이션이 진행됐는지 속성을 들여다보면 통화정책이 고려사항이 될 수 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행이 이번 금리인상을 고려할 때 물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물가인상률을 2%로 예상한 것을 보면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를 고려했다기보다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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