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은)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의 하자나 이런 것들은 없었던 사람 같다.”(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
”유 이사장의 컴백을 환영한다. 그분의 신작 ‘명비어천가’를 디벼(뒤집어)드리겠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한때 우리사회 대표적인 ‘진보논객’으로 꼽히며 논쟁을 벌여온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대선을 앞두고 ‘장외 스피커’로 다시 맞붙는다. 유 전 이사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엄호를 시작으로 1년 반만에 정치비평을 재개하면서다.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로 민주당을 최전선에서 비판해온 진 전 교수는 유 전 이사장을 향해 “언어를 굉장히 혼란시킬 것 같다”며 맹비난에 나섰다. 이들 논객의 ‘세 치 혀’ 승부도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유시민, ‘이재명 옹호’하며 정치비평 재개 =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선을 90일 앞둔 지난 9일 라디오 인터뷰를 시작으로 정치비평가로서의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4월 중순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정치평론가로서 은퇴를 선언한지 1년 반만이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해 “이런저런 작은 오류는 있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만큼의 하자나 이런 것들은 없었던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이 후보는) 산업화 시대를 죽지 않고 건너온 생존자다. 2010년 성남시장이 되고 나서 수사도 많이 받고 기소도 당해서 대법원까지 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정치적으로도 생존자에 가까운 경로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후보는 한 인간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볼 때 완성형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가 좋고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목표 의식이 뚜렷해서 자기를 계속 바꿔나가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또 “민주당 계열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이 스타일이 아니다. 진보 쪽은 사고방식이 연역적이라 추구해야 할 최고 가치를 세우고 과제를 설정하고 수단을 선택하는 식”이라며 “그런데 이 후보는 각론으로 바로 들고 나온다. 귀납적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퓰리스트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 맞닿아 있는 특징”이라면서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 입장에서는 좀 당혹스러운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활동 재개와 관련해선 “그때 사고도 좀 있었고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 1년 반 넘게 쉬고 나니 다시 기운도 좀 났다”며 “본격 재개는 아니고, 글 쓰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기회가 있을 때는 좀 하고 그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명 캠프와는 오늘 출연에 대해 아무 소통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현재 이 후보 선대위에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안 있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정부의 직책을 받을 일도 없고, 또 그가 속한 당에 후보로 출마할 일도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진중권, 유시민 향해 “말도 안되는 궤변 늘어놔” 직격 = 유 전 이사장의 복귀에 진 전 교수도 바로 반응했다.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유 전 이사장의 정치평론 복귀를 묻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다시 나와서 조국 사태의 시즌2을 하겠다는 것이다. 굉장히 또 언어를 혼란시킬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좀 피곤하다. 또 싸워야 되나”라며 “(유 전 이사장이) ‘이재명 후보라면 조국 사태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우리가 그때 비판했을 때 어떻게 했느냐. 사이버 파시스트들 집단 동원을 해서 우리를 집단 공격을 하지 않았느냐. 그 대장이었다”고 직격했다.
이어 “자신의 과거 행태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그 다음에 이런 활동을 재개했으면 좋겠는데 또 나와서 또 동일한 일을 또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SNS에서도 유 전 이사장을 겨냥해 “그러니까 시민들은 조국을 비판하면 안 되고, 이재명은 조국 좀 비판해도 된다?(라는 뜻이냐)”라며 “이재명이 어용지식인이 섬기는 새 수령님이 되셨네”라고 비틀기도 했다.
그는 추신으로 “이번 대선은 좀 조용히 지내려 했는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으면서 자신의 활동 역시 바빠질 것이란 뜻으로 풀이됐다.
진 전 교수는 몇시간 뒤엔 〈유시민 “모두 속도위반하면서..조국에게만 GPS 붙여 잡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모두 너희들처럼 살지 않는다”라며 “나만 음주운전 했냐고 따진다고 순경이 봐주느냐. 게다가 너희들은 아예 음주를 안 했다고 거짓말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 요설을 언제까지 참고 들어줘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날 ‘재명학 연재 제1회. 이재명, 기회이성의 화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추가로 올리며 이재명 후보를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기준을 바꾸어 개별 사안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기회이성의 소유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글 추신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컴백을 환영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분의 신작 ‘명비어천가’를 디벼드리겠다”고 저격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