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주택 앞에 판매 중이란 표식이 걸려 있다. 美코어로직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10월 지수는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화 연합] |
집 값이 기록적으로 치솟은 미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택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MZ세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원격근무(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대도시 아파트에 임차로 살던 20·30 젊은층의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지난 수년 간 1981년부터 1996년까지 사이에 태어난 M세대가 주택소유를 포기하는 세대가 될 것이란 통념이 있었지만, 이들은 2019년 주택 시장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를 제치더니 지난해 전체 주택구매대출 신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WSJ가 인용한 통계분석회사 코어로직스의 주택담보대출신청 건수를 보면 올들어 8월까지 첫 집 구매 대출 신청의 67%, 두번째 집 구매 대출의 37%를 M세대가 차지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신청에서 M세대의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6%에서 지난해 51%로 절반을 넘었고, 올해 8월까지도 51%이며 연말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Z세대(1997년~2012년 생) 비중은 2019년 1.4%에서 작년 2.9%, 올해 4.2%로 높아졌다.
X세대(1965~1980년생)는 같은 기간 32.9%→29.7%→29.5% 등으로 하락하며 30%대를 밑돌았다. 베이비부머세대(1946~1964년생)는 17.6%→14.8%→14%로 줄었다.
글로벌 유동성에 자산 가격이 뛰면서 젊은층에서 주택 구입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전미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10월 주택중위매매가격은 35만4000달러로, 1년전 보다 13% 급등했다. 이는 116개월 연속 상승세 기록행진이다. 미국 전역 곳곳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최근 몇 개월 새 ‘미친 집 값’ 급등세는 가라앉고, 일각에선 앞으로 전망도 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긴 하다. 하지만 대다수 주택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큰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부동산 중개사들은 “코로나19 팬더믹이 전례 없는 젊은층의 구매 열기에 불을 붙였다”고 전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아파트에 사는 젊은 가정들은 교외에 집을 샀거나, 비싼 도시를 떠나 더 싼 지역 집을 샀거나, 이미 집을 가진 MZ세대들은 원격근무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큰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연방정부의 경기부양, 증시 호황 등도 MZ세대의 주택 구매 붐을 거들었다.
주택담보대출업체 뉴어메리칸 펀딩의 릭 아르비엘로 대표는 “M세대가 주택구매 연령대에 접어들었다”며 “이 세대가 집을 소유하려는 욕구 측면에서 이전 세대를 따를 것이냐는 업계의 큰 관심이었는데, ‘그렇다’였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등 긴축기조가 이어질 경우 MZ세대의 금융 취약성이 더욱 노출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세인트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M세대 가구 중 상위연령의 순자산은 기성 세대가 그 나이에 가졌던 것과 비교해 약 11% 가량 낮다. 그보다 낮은 연령대의 M세대는 기성세대의 그 나이대와 비교해 50% 차이난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