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부호, 코로나로 휘청 뉴욕 최고급 호텔 헐값 ‘줍줍’

미국 뉴욕주 뉴욕시에 있는 만디린오리엔털뉴욕호텔의 전경 [만디린오리엔털뉴욕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아시아 최대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인도의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이하 릴라이언스)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만다린오리엔털뉴욕의 지배 지분 인수에 약 1억달러(약 1204억원)를 내기로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3억4000만달러(약 4093억원)로 평가됐던 호텔인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탓에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암바니 회장으로선 약 4분의 1 가격에 뉴욕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를 손쉽게 거머쥐는 셈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등에 따르면 릴라이언스는 전날 증권거래소에 낸 보고서에서 두바이투자청이 갖고 있던 만다린오리엔털뉴욕의 지분 73.77%를 약 9815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릴라이언스의 자회사가 이 호텔의 간접 소유 주체인 콜럼버스센터코퍼레이션을 사들이는 형식이다. 거래는 오는 3월말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244개의 객실이 있는 만다린오리엔털뉴욕은 뉴욕의 명소 센트럴파크 인근에 2003년 문을 열었고, 하룻밤에 1만4000달러(약 1685만원)가 넘는 스위트룸도 있어 부유층 자주 찾는 걸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팬데믹으로 여행 관련 산업에 대한 제한조처 때문에 접객업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019년 1억1300만달러였던 만다린오리엔털뉴욕의 매출은 이듬해 15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 호텔의 가치는 2006년엔 3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홈페이지 캡처]

두바이투자청이 2015년 이 호텔의 대주주가 됐는데, 실적 저조로 발을 뺀 모양새가 됐다.

릴라이언스가 이 같은 ‘트로피 자산(투자 수요 높은 부동산)’을 산 건 처음은 아니다. 작년 4월엔 7900만달러(약 882억원)를 들여 영국 버킹엄셔에 있는 대저택인 스토크파크를 인수했다. 부지 안에 호텔, 스포츠·레저시설이 있다. 영화 ‘007 시리즈’에 두 차례나 배경으로 나온 곳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릴라이언스의 이런 투자에 대해 “이 회사의 대차대조표는 1700억~18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호텔에 투자한 건 의미있는 비율이 아니다”라며 “전략적인 투자라기보단 포트폴리오 투자로 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이끄는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가 지분 73.37% 매입하기로 한 미국 뉴욕시 소재 만다린오리엔털뉴욕호텔에서 바라본 시의 전경이다. 뉴욕의 명소 센트럴파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만다린오리엔털뉴욕 홈페이지]

릴라이언스는 이 호텔의 잔여 지분도 같은 가치로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콩에 본사를 둔 만다린오리엔털호텔그룹이 25%의 지분을 갖고 있고, 호텔 운영도 계속하게 된다. 호텔 측은 지분 매각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암바니 회장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이날 현재 순자산 929억달러를 기록해 세계 11위에 올라있다. 작년 10월 순자산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어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1000억달러 클럽’ 회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10위까지 억만장자의 출신국을 보면 프랑스(4위)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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