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클라우드 지역 내 한 단독주택 앞에 매물 안내판이 걸려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주택 재고량이 감소하고,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미부동산협회(NAR)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작년 말 연간 가구 소득 7만 5000달러~10만달러(8900만원~1억2000만원)의 중산층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 수가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41만1000채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NAR는 가계 소득 구간별로 주거비를 연 수입의 30% 이내에서 지출한다고 가정했다. 주거비는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를 기준으로 한 이자, 보험과 세금을 아우른다. 여기에 매도 가격별 재고 주택 수량을 감안했다.
연 소득 7만 5000달러~10만달러 가구는 작년 12월 활성화된 주택 재고의 51%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019년 12월 58%에서 7%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연 소득 10만~12만5000달러(1억 4900만원) 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 비중은 8%포인트 감소한 63%였다.
주택 구매 여력은 가계 소득 최상층을 제외한 모든 가계에서 줄었다고 NAR은 분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옥스나드, 샌디에이고, 로스앤젤러스 등 메트로지역에서 연 소득 7만 5000달러~10만달러 가구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주택이 급감했다.
팬데믹 이후 신규 주택 건설 활동이 둔화하고, 기존 주택은 집 주인이 매도나 이사를 꺼리면서 매물이 급감했다.
작년 12월 매물로 나왔거나 계약 된 주택 수는 91만채로, NAR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팬데믹 이전까지 미국 주택 수요자는 낮은 모기지 금리를 활용해 더 큰 집으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WSJ는 “주택 구매는 많은 미국 가정이 자산을 축적해 나가는 전형적인 경로였다”며 “하지만 집 값이 주택 수요자가 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경제학자들은 가계가 미래를 위해 비축해 둔 자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또 급격하게 오르는 임대료는 주택 마련을 위해 저축하려는 수요자를 더욱 좌절시킨다고 WSJ는 지적했다.
일각에선 올 봄 주택 매물이 늘어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누그러뜨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건설 중인 주택 수가 다년간 최다 수준이며, 상당수 주택이 연내 완공돼 공급될 예정이란 점에 미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