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전(前) 정권 적폐 수사’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정국에 새로운 ‘폭풍’을 몰고 왔지만, 지금까지의 대선 판세는 보수-진보의 ‘거대 담론’보다는 성·연령·지역 등 세분화된 지지층을 조준한 ‘미시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쳐왔다. 역대 대선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념과 정당에 대한 집단적 결속감이나 일체감만큼이나 개개인이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이 유권자들에게 과거보다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등장한 것이다. ‘나를 위해 이재명’이나 ‘국민이 키운 윤석열’ 등 각 후보 진영의 슬로건도 ‘정치 효능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층의 정치 성향 세분화 추세와 이를 조준 공략하는 각 후보들의 캠페인 효과가 확인된다.
▶尹으로 기운 ‘20대 보수’= 한국갤럽이 지난 12월 첫째주부터 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6차례의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 3.1%포인트)를 분석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이번 대선만의 특징은 20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0대에서 12월 첫주 22%의 지지를 받았으나 1월 첫주에는 지지율이 10%로 줄었고, 1월 네째주에는 지지율이 31%로 껑충 뛰었다. 조사 때마다 20대는 지지강도가 파격적인만큼 지지철회도 빨랐다. 이에 비해 20대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은 선거가 임박할 수록 떨어져 1월 네째주 14%로 낮아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불과 한달사이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난 수준으로 급등한 데에는 소위 ‘조준 공약’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뒤 첫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글자 공약을 지난 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반색한 세대는 ‘이대남(20대 남성)’이다. 민주당 측은 ‘성별 갈라치기’라며 비판에 나섰지만, 결과만을 놓고보면 ‘여가부 폐지’는 20대 다수를 윤 후보 지지층으로 끌어온 계기가 됐다. 20대 여성의 절반가량도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주장도 있다.
▶李에 애착 ‘영 포티’…40대는 이 후보 지지율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세대다. 소위 ‘86세대’보다도 더 진보적 색채를 띄는 것으로 평가되는 40대는 90년대 학번, 70년대생으로 ‘97세대’로도 명명된다. 갤럽 조사에서 4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46%~57%로 집계됐는데, 이는 연령대별 분류에서 이 후보 지지세가 가장 높다. 40대는 지난해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을 가장 강하게 지지했던 세대로 기억돼 있다.
이 후보가 내놓은 ‘탈모공약’ 역시 30대~40대 남성 유권자층이 주요 타깃이었다. 탈모공약이 이 후보 지지율에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통계로 확인은 되지 않는다. 다만 남성 탈모의 경우 통상 20대 후반에 시작돼 30대에 진행되고 40대 이후에도 치료비 지출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대표는 40대가 가진 세대 특성에 대해 “문화적으로 자유로워진 90년대를 살았기 때문에 보수 정당에 문화적 거부감이 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일러스트=박지영] |
▶경기 이재명 vs 서울 윤석열= 지역별로 분석하면 이 후보의 핵심 지지군은 경기·인천으로 분류되고 윤 후보의 지지층은 서울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서울과 경기를 합쳐 수도권으로 분류해오던 구분법과는 다른 이번 대선의 현상이다. 갤럽의 6차례 조사 가운데 서울에서 윤 후보가 앞선 사례는 4번이었다. 윤 후보의 전국 평균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1월 1주~2주 여론조사 2차례를 제외하면 서울지역에서의 윤 후보 지지율은 오차 범위 밖에서 이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의 경기·인천 지역 지지율도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해석된다. 갤럽의 6회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경기·인천지역에서 모두 윤 후보에 지지율 우위를 보였다. 이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이 후보가 쌓은 최대 지역적 정치 자산이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인구 구성으로 보면 서울은 950만, 경기도는 1300만 안팎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윤 후보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특이한 점은 윤 후보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하락 반전했던 1월 첫째주와 둘째주에도 대구·경북에서의 윤 후보 지지율은 4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고 도리어 이 후보의 지지율이 20%대에서 10%대로 떨어졌다. 이는 국민의힘 당내 분란이 생겼던 1월초·중순, 대구·경북에선 윤 후보를 향한 ‘역결집’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대구·경북에서 20% 안팎이 나오는 것은 이 후보의 고향이 경북 안동이란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갤럽이 실시한 광주·전라에서의 윤 후보 지지율은 한자리대다. 다만 다른 조사에선 윤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는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 조사도 있다. 특히 민주당에 부채감이 적은 20대 젊은 층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이 ‘호남에서도 해볼만 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 지지율 목표치를 25%로 올린다’고 남기기도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0대는 지역보다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전국망”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