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인력유출 막는다…한인은행 적극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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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상장은행의 고위 간부인 C씨는 지난달 부터 인력관리(HR)및 기타 부서 직원들과 함께 재택과 출근의 혼합 형태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C씨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한인은행들의 고질병인 잦은 이직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주 5일 중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집중하는 3일 출근 방식을 주로 하고 여기에 월요일을 휴가 등으로 보다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택 근무를 집중하려는 것일까?

여기에는 직장인들의 심리가 반영돼 있다.

다양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피곤하게 꼽는 요일은 월요일이다. 전체 50%에 가까운 직원들이 월요일이 가장 피로하다고 답한 연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을 은행 등이 포함된 금융 및 서비스 분야로 좁힐 경우 월요일이 피로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리고 월요일에 느끼는 피로도를 세분하면 직급이 올라갈 수록 월요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었다.

그밖의 요일을 보면 화요일의 업무 집중도가 가장 높았고 수요일과 금요일이 그 뒤를 이었다. 목요일의 경우 스트레스와 업무 집중도 모두 가장 낮았다. 즉, 목요일 출근의 경우 모든 직장인들이 큰 반대가 없다는 뜻이다.

C씨는 “월요일의 경우 전체 업무와 관련한 회의 등이 많아 출근이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단 월요일에 휴가를 좀더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 직원들이 보다 여유롭게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재택근무를 집중할 계획인 수요일과 금요일의 경우 업무 효율성이 높은 반면 출근에 소요되는 시간은 기타 요일에 비해 높았다. 즉 집에서 효율성 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결과였다. 연령 및 직급 계층으로는 중심(Core)으로 자리잡은 중간급 이상 간부의 이탈을 막으면 업무 효율성이 최대한 유지되는 가운데 직원 교육 등 인력 양성 효과도 뛰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별 면에서도 수요일과 금요일 재택은 득이 많다고 한다. 한인은행들의 경우 타 한인기업에 비해 여성, 특히 자녀를 가진 중년층 여성의 비율이 많은데 이들은 기타 연령층과 성별에 비해 업무 장소와 시간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비율이 20~30% 가량 더 높다. 그런데 이들 워킹맘들이 재택 근무 일자로 가장 선호하는 요일이 바로 수요일과 금요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리서치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근무 시스템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택 근무 시간을 집중한 기업들은 기타 기업에 비해 이직률이 30%이상 감소했다.

수요일과 금요일 재택근무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투잡(Two Job)족도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인은행 내부에서는 ‘부업이 은행의 업무와 상충되는 ‘conflict of interest(이해의 충돌)’가 없다면 크게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 투잡족들은 ‘오버임플로이드 닷컴(Overemployed)’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직장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일을 하기 가장 좋은 요일은 수요일과 금요일이라고 말한다.

한인은행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직장 업무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목요일에 처리한다”며 “그 다음에 수요일과 금요일에 부업에 조금 더 비중을 주고 주말은 편하게 쉬면서 가족들과 보낸다. 주변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일과 생활을 균형잡는 워라벨 그리고 소득의 균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인은행의 이직 비율이 높은 이유는 고소득을 보장한 빼가기와 일과 가족간의 균형 찾기인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근무 형태를 유연화하고 부수입을 올릴 기회를 보장한다면 굳이 다른 직장으로 옮길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은행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은행을 제외한 기타 직장에서도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기업용 메신저 업체 슬랙이 만든 컨소시엄 퓨처포럼이 전 세계 근로자 약 1만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30%에 그쳤다.

반면 하이브리드로 근무하는 비율은 전체 58%에 달했고 100% 재택 혹은 100% 출근한다는 비율은 날로 급갑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도도 전체 2/3 이상인 68%를 나타냈다.

근무 장소와 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원하는 근로자가 전체 78%를 차지했고 유연한 근무 시간을 희망한 응답자도 95%였다. 특히 현재 근무 형태가 유연하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 중 72%는 1년 안에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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