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학자 “조선 도자는 평온으로 이끄는 ‘마음의 도자기’”

“기교를 부리지 않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오로지 내적인 것에 귀 기울이는 자연스럽고 무리없는 만듦새이다. 그것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닿아 긴장을 풀게 하고 마음의 평온으로 이끌어간다. 조선 도자가 때때로 ‘마음의 도자기’라고 칭송 받는 까닭이다.”

일본의 미술사가이자 미학자인 이토 이쿠타로(92)는 한국 도자에 대한 경외감을 ‘고려청자·조선백자에 대한 오마주’(컬쳐북스)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장으로 25년간 재직하며 한국 도자와 관련된 전시와 연구 활동을 해온 그는 일제강점기 야나기 무네요시, 아사카와 노리타카, 아사카와 다쿠미 등 조선 문화 애호가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다.

특히 도자 연구자로서 면밀한 관찰과 예리한 분석, 꼼꼼한 비교 등도 인상적이지만 미학자로서 높은 안목과 시적인 표현은 맑은 울림을 선사한다.

고려청자의 특징으로 그 역시 비색을 꼽는데,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은 논리보다 더 아름답고, 아련하게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꽉 죄어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토는 비색을 특정색으로 보기 보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유색의 청자 모두를 부른 애칭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투명감이 있는 녹청색을 기본으로 청록색이 약간 강한 것, 푸른 색이 강한 것, 연한 것, 진한 것, 윤기가 있는 것, 약간 매트한 것 등 많은 그라데이션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 청자를 여요의 청자, 남송 관요의 청자와 종종 비교하며 독특한 한국미를 찾아낸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토는 중국 문양이 장식적·실용적이라면, 고려 청자는 자연주의라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선을 새길 때 중국은 여러 개의 평행선을 빗을 이용해 단번에 긋는 반면 고려는 한 줄 한 줄 숨을 죽여 가며 긋는데, 그 선의 미묘한 흔들림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연리 문양의 경우도 중국은 두 종류의 흙만 섞는데, 고려는 세 종류는 고사하고 자유롭게 섞은 예도 있다며, 이를 무엇이든 뒤섞어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한반도 사람들의 특징으로 설명한다.

조선 백자도 시대별로 세밀히 살폈다. 조선 전기에는 명·청시대 중국 정덕진요의 매끄럽고 완벽한 형태를 따라했지만 조선 중기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비정제성을 지향, 처음부터 아예 대칭과 형태의 균형, 완벽한 마무리를 의도하지 않은 파격으로 나아간다. 이런 자연스럽게 배여나오는 형태는 “한편의 아름다운 시”에 가깝다. 그런 한국미의 정수로 이토는 달항아리 백자대호를 꼽는다. “한민족이 지닌 가장 뛰어난 자질이 만들어낸 본디의 성질의 모습” 이라는 평가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문인화풍 산수문을 중국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와 달리 일본의 주문품이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고려청자·조선백자에 대한 오마주/이토 이쿠타로 지음, 정은진 옮김/컬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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