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살해당했다…‘보호 부족’ 신변보호 대상자 없게 하려면

신변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살인사건 발생→대책 논의→유사 사건 등장.’ 최근 연이어 발생한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 살인사건의 챗바퀴 같은 패턴이다.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면서 각종 대책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전 사건에서도 제도적 보완은 여러 차례 논의됐다. 신변보호자 3만5000명(2020년 기준)를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보호 대상자 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의 보호조치 무력화’다. 경찰들은 가해자가 피해보호 조치를 무시해 피해자 보호가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경찰청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발주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피해자 보호조치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경찰 1183명 중 절반 가량인 585명이 그 이유로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 무시’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가해자의 보복 범죄’라는 답변이 많았다.

실제 ‘구로구 사건’과 지난 해 11월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 살해한 중구 오피스텔 ‘김병찬 사건’의 가해자는 접근금지 명령 등 잠정조치를 받은 상황이었다.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제공돼 위급상황 시 경찰이 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로구 사건처럼 경찰이 신고를 받고 3분 만에 출동했어도 물리적으로 가해자를 막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변보호조치 현황. [경찰청 제공]

가해자를 막기 위한 구속 사유 추가는 대표적인 해법으로 꼽힌다. 피의자 구속 사유에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 등 위해 우려’를 추가해 유사 범죄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구로구 사건에서도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등으로 가해자 신병을 확보하려 했으나,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여 보완수사를 요구한다”며 기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구속심사에서 위해 우려나 재범 가능성을 염두하긴 하지만 법원마다 판단이 다를 여지가 있다”며 “별도 구속사유가 된다면 ‘피해자 중심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에게 가해자에게 위치추적기를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일부 주(州)와 스페인, 프랑스에서는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리면서 발목에 위치추적장치를 적용한다.

다만 가해자에게 취해지는 조치를 무작정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만으로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건 어려운 면이 있다”며 “효율성을 따지다보면 자동적으로 인권 침해적인 해결방법이 나오게 되는데 인권과 효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검찰의 원팀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 실질적 격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의 판단과 검찰의 판단이 엇갈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조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찰과 경찰에 강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 등 강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재범·위해 우려가 있다면 초기부터 가해자 접근 차단 등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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