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죽기 전에 읽어봐야 할 톨스토이의 ‘참회록’외

▶참회록(레프 톨스토이 지음,박형규 옮김,문학동네)=“나는 기생충처럼 살았고,(…)나의 삶은 악하고 무의미했다.”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리나’로 중년의 나이에 세계적 명성을 얻은 톨스토이는 돌연 생의 무의미에 직면, 자살을 꿈꿨다. 희망도, 바라는 일도 없고, 이루든 못 이루든 결국 다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파멸 외에 아무 것도 없다는 절망의 심연에 빠졌다. 스스로를 돌아본 모습은 구제받을 수 없을 정도로 악했다. 전쟁에서의 살인, 남을 죽이기 위해 결투, 카드놀이로 탕진, 간음, 기만, 절도, 음행, 폭행, 살인 등. 온갖 죄를 저질렀지만 칭찬 받았고 비교적 도덕적 인간으로 대우 받았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에게 예술 역시 기만으로 여겨졌다. 그런 톨스토이에게 과학과 지식은 실존적 고민에 답을 주지 못했다. 지식과 이성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건 민중의 삶 속에서였다. 민중의 믿음, 신과 신앙에서 그 답을 찾았다. 톨스토이의 신앙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합리적 추론의 결과였다. 인류가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관념들, 신과 영혼의 신성, 선악의 관념들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것 없이는 삶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그런 절대적 관념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톨스토이는 “신을 안다는 것과 산다는 것은 같다.”고 했다. 의미를 찾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 본 것이다. 톨스토이의 ‘참회록’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루소의 ‘참회록’과 함께 세계 3대 고백록의 하나로 불린다.1882년 ‘러시아 사상’에 미공개 작품 소개로 실린 뒤 곧바로 출간 금지된 ‘참회록’은 1906년에야 정식 출간됐다.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알렉산드르 스테른 지음,정연주 옮김, 윌북)=여행지에서 현지 음식을 즐기는 건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지름길이지만 막상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 책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맛보고 까다롭게 엄선한 미식가의 버킷리스트로 음식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프랑스부터 시작해 이탈리아와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까지 5대륙 155개국에서 골라 모은 700가지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내 소개해 놓았다. 스테른의 리스트에는 새로운 맛을 찾는 호기심 많은 미식가들이 도전할 만한 것들이 많다. 프랑스인이 즐겨먹는 개구리 다리, 와인 소스를 가미한 이탈리아의 토끼 요리,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아이슬란드의 하우키르틀, 여기에 한국의 홍어까지 등장한다. 터키 디저트 바클라바나 카이막 등 각국의 달콤한 후식들도 빼놓지 않았다. 각국의 대표음식들은 대체로 들어있지만 구색맞추기는 아니다. 저자가 맛보고 공유할 만하다고 판단한 음식들이다. 한국편에선 김치, 삼겹살, 불고기, 비빔밥은 기본. 갈치와 팥빙수, 호떡도 들어있다.생생한 맛 묘사와 함께 음식의 기원과 특징, 레시피와 맛있게 먹는 법까지 꼼꼼하게 챙겨 부엌 한 켠에 놓고 활용해도 좋다. 편견 없이 참 맛을 찾아낸 방대한 음식의 라이브러리로, 박찬일 셰프는 “미식 1타 강사의 완벽한 현장 중계”라며 추천했다.

▶동양미술 이야기1,2(강희정 지음, 사회평론)=인류의 문명이 처음 시작됐지만 그동안 밀려있던 인도·중국 등 우리가 몰랐던 동양미술의 세계로 인도한다. 서양미술 중심의 시각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로, 미술이란 무엇인지, 동양미술의 세계관 등 기본부터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제1권의 출발지는 인도로 아시아의 정신적 토대인 불교가 탄생하기 까지의 인도, 즉 선인더스·인더스 문명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던 인더스 문명은 카스트 제도를 만들어낸 아리아인이 들어오면서 모습을 감추지만 이 불평등은 결과적으로 큰 혁신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바로 불교의 탄생이다. 이 불교에서 처음으로 내세운 숭배 대상이자 미술 작품이 탑이다. 그 최초의 탑들을 장식했던 조각 속에는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과 현생, 더 나은 다음 생을 염원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초의 탑으로부터 500여 년이 지나야 최초의 불상이 탄생하고, 다시 200년이 흘러야 한국에 불교가 들어오게 된다. 경주 석굴암의 본존불은 그런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제2권은 중국 미술로 저자는 동양 미술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아름다음을 밝히면서 동양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중국 미술의 의의를 찾는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사용된 고대 청동기 제기부터 나라를 결속하고 유교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미술을 사용하고 이상향을 미술에서 찾은 중국 미술 이야기를 당대 역사적 흐름 속에서 폭넓게 짚어냈다. 무엇보다 미술 쟝르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삶을 아우르며 읽기 쉽게 써내려간 점이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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