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러 ‘우크라 침공’ 규정 놓고 초기 갈팡질팡”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진입하란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를 ‘침공’으로 규정할지를 두고 혼선이 있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친(親)러시아 세력이 내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평화유지 명목으로 병력 파견을 지시하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미 정부가 내놓은 조치는 돈바스 지역에 국한해 미국인의 신규 투자와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비교적 소규모 제재였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미 정부는 22일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 정부 관계자들이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명시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침공이 맞는다면 최근 몇 달간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차례 경고했던 대로 대 러시아 강경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 진입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며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WP는 이 관계자가 돈바스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로 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레드라인’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묻는 말에 거듭해서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이를 기존 상황의 극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묘사하려 애썼다고 WP는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는 2014년부터 이들 지역을 사실상 점령해왔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돈바스 내에는 러시아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지만, 현실은 러시아군이 이 지역 전반에 주둔해왔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백악관 내 완전히 일치된 의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러시아가 2014년 이후 점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분명한 대응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가로 인정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들 공화국에 대한 파병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주(駐)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트위터에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평화유지군’으로 부른다면, 심지어 따옴표를 붙이더라도, 그게 바로 푸틴이 원하는 언어를 쓰는 것”이라며 이를 ‘침공’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의장은 이런 혼선이 바로 푸틴 대통령이 노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브레머 의장은 “푸틴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올인’하지 않았다”며 “서방이 쉽게 대응하지 못 하게 하는 게 포인트”라고 짚었다.

그는 “미국은 직전까지도 ‘부대 하나, 탱크 하나가 우크라이나에 넘어가도 심각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러시아가 실제 행동으로 옮겼음에도 우방이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바로 이것 때문에 푸틴이 이런 일을 한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푸틴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