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가 농심배 우승컵을 들고 웃고 있다.[한국기원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한중일 바둑삼국지 농심배가 2년 연속 신진서 9단의 드라마같은 '원맨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해 중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강자 5명을 잇달아 꺾고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신진서는 올해 역시 4명을 홀로 물리치며 우승컵을 가져왔다. 올해 만22세의 신진서는 해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는 세계 정상급 기사이지만, 최근 들어 경쟁 선수들과의 격차를 현저하게 벌려나가는 듯 하다.
▶중국기사 상대 23연승 행진=한국이 신진서 박정환 변상일 신민준 등 4~6명 정도의 정예부대로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면, 중국은 세계대회 우승을 해봤거나, 언제든 우승할만한 선수가 20명 가까이 포진한 강국이다. 특히 10대 기사 중에서는 중국 신예들 외에는 세계대회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신진서는 이런 중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무려 23연승을 기록중이다. 커제, 미위팅, 양딩신, 탕웨이싱, 당이페이 등 세계대회 챔피언들도 모두 희생양이 됐다. ‘그래도 중국의 상위랭커 몇명은 신진서를 얼마든지 꺾을 수 있다’고 믿음을 보내왔던 중국 바둑팬들조차 신진서의 독주에 경탄하며 중국선수들을 비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국에 너무 대회가 적고, 기사들이 대학진학이나 SNS 등에 한 눈을 팔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랭킹 1위이자 세계대회 8승을 거둔 커제가 기대와 원망을 받는 대표적인 선수다.
▶계가까지 가기도 힘든 신진서의 완력=신진서는 올해 현재 16승1무2패를 기록중이다.1무는 농심배에서 미위팅과 재대국을 하게된 대국이다. 2패는 국내대회에서 변상일과 이동훈에게 진 대국. 나머지 16승 중 신진서와 계가까지 갔던 대국은 중국 갑조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진위청이 313수 끝에 3.5집으로 패한 것이 유일하다. 106수 만에 불계승한 대국을 비롯해 200수도 가기 전에 상대가 돌을 던진 대국이 대부분이다. 농심배에서 일본의 4장으로 나선 위정치는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열세를 보이더니 152수 만에 완패하기도 했다.
AI의 보급으로 초반 포석에 대한 연구가 보편화돼 30~40 여 수까지는 대부분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졌지만, 신진서 100수도 가기 전에 승률 70%에 도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난전이나 복잡한 대마싸움이 걸렸을 때 드러나는 정교한 신진서의 수읽기는 상대선수를 쓰러뜨리는 무기가 되고 있다.
커제가 농심배에서 신진서에 패한 뒤 중국의 유투브인 빌리빌리에서 복기를 하며 팬들에게 변명을 하고 있다.[커제 빌리빌리 캡처] |
▶겸손이 미덕? 이제 할 말은 한다=한국선수들의 단점 아닌 단점 중 하나가 인터뷰에서 상대를 자극하거나, 예의없게 보이는 언행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커제, 양딩신 등은 자신들이 이겼을 경우 ‘상대가 잘두지만 나한테는 잘 못두더라’라거나 ‘나한테 좋은 자극이 되서 잘 둘 수 있었다’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특히 세계최고 레벨에 올랐던 커제의 경우 최근 패배가 잦아지면서 자신의 SNS를 통해 온라인대국이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신진서가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간다, 신진서의 AI부합률이 너무 높은데 이런 건 처음 본다라는 둥 중국팬들이 듣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자주 뱉는다. 이에 선비처럼 점잖던 신진서도 “유명한 기사라면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 다음부터는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날렸다. 신진서로서는 그동안 참아왔지만, 이제 커제의 변명에 담긴 문제의 발언 등은 지적하고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