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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최우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분을 수상한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Jennifer Koh·46)가 오는 14일 UCLA 로이스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모두 일어서 연대하자’(Everything That Rises Must Converge)라는 슬로건 아래 성악가 다본 타인스(Davone Tines)와 함께 하는 이 공연은 클래식 분야에서는 금기처럼 되고 있는 인종차별 이슈를 정면으로 끄집어냈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인들이 아시안과 블랙 아메리칸 두 명의 음악가가 펼치는 미국에 살면서 겪었던 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이 느껴진다.
제니퍼 고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준 작품은 ‘얼론 투게더’(Alone Together) 음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동명의 온라인 공연 시리즈에 바탕을 둔 앨범이다. 제니퍼 고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명의 젊은 작곡가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짧은 바이올린 독주곡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해 4월부터는 자신의 집에서 작곡가들의 신곡을 연주해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이렇게 모인 40곡으로 정식 앨범을 선보였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예술가들을 재정적으로 어렵게 했다. ‘얼론 투게더’는 이 유행병에 영향을 받은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을 돕는 일”이라면서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 음악 단체 ‘아르코 컬래버러티브(ARCO Collaborative)’를 통해 작곡가들을 후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제니퍼 고는 11세 때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2위에 올랐다. 1995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음악 유망주에게 주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았다. 오벌린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2018년부터 뉴욕 매네스 음악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편 제니퍼 고의 어머니는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민온 이순자(61학번 영문)씨로 외동딸로 음악가로 성장하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제니퍼 고는 “청중들 속에서 많은 한인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며 다음 작업으로는 6·25 전쟁 때 월남한 후 미국으로 이민해 교수가 된 어머니와 미국 내 소수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음악극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는 그는 “어머니를 기리는 작품을 만들게 돼 너무 기쁘다.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경험한 것이 작품에 담길 예정이다. 클래식 음악계 소수자의 경험을 탐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연 캘린더 https://cap.ucla.edu/calendar/details/koh_and_tines
▶연주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pY6MKjmQl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