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 뒷북?…억울한 국산 1호 코로나백신 [뉴스後]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싸늘한 시장 반응을 마주하게 됐다. 시장에선 “이미 늦었다”는 것. 그러나 글로벌로 눈을 돌려보면 시장성도 충분하고, 기술 내재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 멀티주(사진)’(백신 후보물질 GBP510)다. 이는 SK바사 외에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전염병예방백신연합(IVI),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 글락소스미스클라인(면역증강제 적용) 등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제품은 식약처 품목허가만 획득하면 바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SK바사는 지난 3월 질병관리청과 이미 1000만도즈 분량의 국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SK바사의 주가는 상장 이후 지난해 8월 고점(36만2000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다. 백신을 맞을 만큼 다 맞아 시장성이 없다는 인식이 배경이다. 속칭 ‘끝물’인 시장에 ‘뒷북’으로 들어왔다는 것.

SK바사는 글로벌로 눈을 돌려보면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항변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인구는 전 세계에서 59.9%, 저개발국가는 9.5%에 불과하다. 중·저소득 국가를 묶어봐도 15.7%만 1차 접종을 했을 뿐이다. 이들 국가 인구 중 84%는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지 못했다.

SK바사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WHO 긴급사용목록 등재(EUL), 유럽 등 해외 국가별 긴급사용허가를 준비 중이다. 스카이코비원의 장점은 콜드체인이 필요 없다는 점. 기존 mRNA 기반 백신은 초저온 상태에서 유통·보관돼야 하기 때문에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웠다. 반면 스카이코비원은 2~8도의 냉장만 유지하면 된다.

바이오업계는 합성항원 백신 기술 내재화라는 의의도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B형 간염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에 오랜 기간 사용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높다. 이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것은 노바백스가 처음이며, SK바사의 백신도 동일한 방식이다.

SK바사 측은 “GBP510은 코로나19에서도, 코로나 아닌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넥스트’를 대비할 수 있다는 신호”라 단언했다. 코로나19 측면에서는 7번째 자체 백신 보유국이 된 만큼, 엔데믹으로 전환돼 주기적으로 추가 접종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