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의붓딸 성폭행·살해 계부 신상공개…“사실상 무용지물”

생후 20개월 된 딸을 학대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30) 씨가 지난해 7월 14일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20개월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때려 숨지게 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에 대한 성범죄자 신상공개 처분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처분은 복역이 끝난 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계부 양모(30) 씨에 대해 법원이 명령한 신상공개 처분이 시행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무기징역을 선고한 상황에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사실상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다만 법원에서 가석방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같이 판결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가해자는 20개월 된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체까지 은닉한 강력범죄자”라며 “그럼에도 2차 가해를 운운하며, 강력범죄 신상공개가 아닌 소극적인 성범죄자 신상공개 처분을 내린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망한 20개월 여아는 친구도 형제도 없어, 2차 가해가 있을 수 없다”며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신상공개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전고법 형사1-1부(부장 정정미)는 양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을 함께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씨의 경우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가 아닌,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처분에 해당해 복역을 마친 후부터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무기징역인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만일 복역 중 제3자가 양씨의 신상을 공개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양씨는 지난해 6월 15일 새벽 대전 대덕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20개월 된 의붓딸이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했다. 아이가 숨지기 이틀 전 양씨는 딸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양씨와 동거녀 정모(26) 씨는 아이가 숨진 뒤 주검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안에 숨겨둔 채 노래방을 다니기도 했다. 정씨는 아이의 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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