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토리스가 18번홀 버디퍼트를 놓치고 괴로워하고 있다./UPI |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야구팬들 사이에 흔한 농담 중 '10년간 준우승만 하는 팀과, 1번 우승하고 9년간 꼴찌하는 팀' 중 선택하라는 놀이 아닌 놀이가 있다. 꾸준히 상위권에 있는 것도 좋겠지만 한번이라도 우승하는게 더 낫다는 팬들이 훨씬 많다. 그만큼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 크다.
지금 PGA투어의 윌 잘라토리스(미국·26)에 물어도 같은 대답이 나올지 모른다.
잘라토리스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122회 US오픈 골프대회 최종일 마지막 18번홀에서 7.5m짜리 버디퍼트를 시도한 것이 빗나가자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1타차 공동 2위로 대회는 끝났다. 2위도 대단한 성적이지만 잘라토리스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세계최고의 선수들도 줄줄이 컷탈락하는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지만 이미 그에게 준우승 경험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의 메이저대회 성적표를 보면 두번 놀란다. '이렇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니'라며 한번, '지독하게 우승과 인연이 없었구나'하면서 두번이다.
윌 잘라토리스./AP |
잘라토리스는 지난해 4월 마스터스 2위, 5월 PGA챔피언십 공동 8위에 올랐다. 6월 US오픈에서는 컷 탈락, 7월 디오픈은 기권했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아쉬웠겠지만 메이저 챔피언이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맞이한 2022년. 4월 마스터스에서 6위를 차지한 잘라토리스는 5월 PGA챔피언십 2위,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공동 2위를 기록한다.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할 만 했다. 한때 토니 피나우가 '준우승전문가'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그는 일반 대회가 대부분이었다. 잘라토리스처럼 그 어렵다는 메이저대회에서 매번 잘 치고도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야후스포츠는 “3번이나 2위(runner-up)를 할 줄 알았다면 1인치 반 정도를 정확히 칠 수 있는데 많은 돈을 썼을 것이다. 그럼 지금 메이저 3승을 했을지 모른다”며 잘라토리스가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본인에겐 계속되는 메이저 대회 불운(?)이 아쉽겠지만 많은 슈퍼스타들의 전례를 살펴보면 전혀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는 28세에 첫 우승을 했고, 더스틴 존슨은 31세,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37세에 메이저 우승 맛을 봤다. PGA통산 45승을 거둔 필 미켈슨은 메이저 톱10에 17번이나 들고나서야 첫 우승을 했다. 심지어 US오픈에서는 준우승만 6번 했고 아직 우승이 없다.
잘라토리스의 불운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26세의 나이에 메이저대회에서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주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머잖아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