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 헌재,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 법원 판결 취소”

지난해 5월 27일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유남석 헌재 소장과 재판관들이 앉아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법원 판결을 취소했다.

헌재는 30일 전직 대학교수 A씨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일부 위헌, 재판 취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경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A씨는 2003년부터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골프장 등에 대한 재해영향평가를 심의했다. A씨는 2006~2007년 심의 과정에서 직무와 관련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재해영향평가 심사위원인 A씨도 ‘공무원’에 해당한다며, 수뢰·사전수뢰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A씨는 유죄가 확정됐다.

A씨는 2011년 6월 뇌물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형법이 규정한 ‘공무원’에 지방자치단체 산하 심사위원도 포함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이듬해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합헌이지만, 제주도 영향평가위에 위촉된 심의위원까지 공무원 범위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A씨는 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에 낸 재항고도 기각됐다. 이에 A씨는 법원의 판결 취소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 여부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한 법령을 적용해 기본권이 침해된 재판이라면,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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