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이라도…” 인플레로 저가 대체용품 ‘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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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좋아하는 한인 최씨는 대형 주류 판매 매장의 맥주 진열대 앞에서 몇 십 분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고민도 하지 않고 코나 브루잉 또는 모델로 에스페시알 12개 묶음을 집어 들었겠지만 몇 달째 계속된 물가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조금이나마 싼 맥주를 고르기 위해 고심 중인 것이다. 캔 당 가격이 1.5달러 이상 차이가 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결국 쿠어스사의 6캔 세일상품(당일 최저가)을 결제하고 나오면서 “차라리 비싸더라도 맛있는 거 1~2캔을 낱개로 살 걸 그랬나”하는 후회를 한다.

애연가인 박 모씨도 집 앞 주유소에서 평소 즐기던 말보로 사의 레드 제품이 아닌 개당 절 반 가격에 가까운 제품을 들고 나왔다. 평소 들어도 본적 없는 제품인데 주유소 매니저의 권유에 그냥 구매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절실한 니코틴을 채우려면 반값 제품이라도 피우는 것이 상책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최근 전미소매연맹(NRF)이 이달 발표한 설문 조사를 인용해 소비자들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저렴한 대체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례로 맥주업계 컨설팅 업체 범프 윌리엄스컨설팅이 닐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일까지 직전 4주간 미 전역의 소매점에서 팔린 저가 맥주의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세일도 많은 부시. 밀러, 쿠어스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담배 역시 말보로와 같은 기존 고가 브랜드의 매출은 줄고 리게트나 엑스칼리보 등 저가 브랜드의 판매는 늘었다.

말보로 등에 비해 2/3 또는 절반 이하 가격에 판매하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이를 구입하는 것이다.

저가 대체품을 찾는 것은 이런 기호 상품뿐만 아니다. 일반 생필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필품 중 세제의 경우 타이드나 게인, 푸렉스 등보다 코스코나 샘스 클럽 등 대형 유통 매장의 자체 브랜드 또는 유명 회사 제품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암앤해머 등의 제품 판매가 늘었다.

한편 저가 대체품 판매 증가에 가장 민감한 곳은 바로 외식업체들과 그로서리 매장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외식을 포함한 식습관이기 때문이다.

정보 분석 업체인 모닝컨설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약 80%가 물가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다.

72%의 소비자는 값비싼 육류 구매를 줄이는 대신 냉동제품을 구매를 늘였다고 답했고 유기농 제품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힌 사람도 50%를 넘겼다.

LA에 위치한 한 대형 그로서리 마켓의 매니저는 “아무래도 물가가 미친 듯이 오르니 당연히 가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직접 쇼핑을 해 봐도 유명 브랜드를 저가 대체 브랜드로 바꾸면 30~40%는 아낄 수 있다. 고기도 소고기 보다는 돼지나 닭, 기타 제품도 생물 보다는 냉동 판매가 더 늘었다. 매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제품 공급 업체와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도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가장 먼저 외식을 줄이고 그 다음에는 식습관을 바꾼다”라며 “특히 소득이 낮을 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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