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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의 충격으로 파손돼 흉물스럽게 서 있던 거대한 곡물 저장고의 일부가 참사 2주년을 앞두고 허물어져 내렸다고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저장고의 북쪽 블록이 요란한 굉음을 내면서 허물어져 내렸다.
이후 저장고가 위치한 항구 일대는 짙은 흙먼지에 휩싸였다.
저장고 붕괴는 화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3주 전부터 저장고 북쪽 블록에서 지속해서 연기가 치솟았고 밤에는 빨간 불씨가 보이기도 했다.
저장고를 관리하는 포트 사일로의 아사드 하다드 국장은 “현장이 통제되고 있지만, 아직 상황이 잦아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튜브 'Guardian News' 채널 캡처] |
민간방위청의 유세프 말라흐는 “저장고의 북쪽 블록에 위험한 곳이 더 있다. 거대한 저장고의 다른 블록이 무너져 내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2020년 8월 4일 ‘중동의 파리’로 불리는 베이루트의 항구는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몇 년째 방치되어 있던 질산암모늄 2700여t이 용접 과정에서 폭발하면서, 그 충격으로 최소 214명이 죽고 6000여명이 부상했다. 당시 폭발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핵(非核) 폭발로 기록됐다.
폭발의 충격으로 현장에는 무려 43m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겼고 항구 일대에 들어선 주거지도 폐허가 됐다.
폭발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높이 48m의 이 거대 곡물 저장고는 대폭발 참상을 전하는 상징으로 2년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유튜브 'Guardian News' 채널 캡처] |
레바논 정부는 지난 4월 붕괴 우려를 이유로 저장고를 철거하기로 했으나, 참사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은 곡물 저장고가 폭발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 중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상 최악의 경제난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 수급 불안을 겪고 있는 레바논 정부는 폐허가 된 저장고를 대신할 2개의 곡물 저장고를 새로 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