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진료비 ‘묶음방식 지불제’로 개편해야…”건보지출 10년새 2배↑”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과잉진료 등을 유발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독일, 프랑스, 대만처럼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5일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재정과 보건정책 분야 전문가 100명(한국재정학회 57명,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43명) 가운데 89.9%가 우리나라 건강보험 지출의 급격한 증가 속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건강보험의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수준에 대해서도 85.8%가 우려했다.

실제 지난 10년간(2011∼2020년) 건강보험 지출은 2011년 37조3766억원에서 2020년 73조7716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연평균 7.9% 증가 수준이다. 고령화에다 소득 증가에 따른 생활 수준 향상 등의 인구구조·사회경제적인 요인과 더불어 그동안 역대 정권마다 지속해서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효과 등이 더해진 결과다.

고령화 등으로 건보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여건과 이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바람직한 방안으로 57.6%는 건보 지출 총액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49.5%는 진료비 심사를 강화하는 등 철저한 지출관리가 필요하다고 응답(복수 응답)했다. 특히 92.4%는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행위별수가제는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유발하는 등 의료이용량 증가 유인의 단점이 있으니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9%는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계약제 등)를 조속히 도입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우리나라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가장 합리적인 묶음 방식 지불제도로 47.8%는 포괄수가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고, 54.3%는 총액계약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복수 응답)을 표했다.

진료비 지불제도는 의료이용과 의료자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으로, 지불대상과 지불단위(묶음의 정도) 등 지불방법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있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행위별로, 포괄수가제는 치료에 투입된 노동력이나 약품의 가격과 무관하게 수술 건당(또는 일당)으로, 인두제는 환자 수에 따라, 총액계약제는 사전 협상으로 정한 진료비를 각각 지불한다.

이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이 실시한 치료·검사 등 각각의 의료행위별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를 근간으로 포괄수가제 등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마다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충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신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많은 진료를 제공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의료기관은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의료서비스를 지나치게 제공할 소지가 있다. 이 때문에 과잉진료를 낳고 이로 인해 국민 전체 의료비가 늘며, 수가 구조가 복잡해 청구오류, 허위·부당청구 가능성이 큰 제도라는 비판을 받는다.

또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장비 등 의료자원에 대한 과잉 투자를 부추기고, 정부의 수가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의료공급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행위를 많이 하게끔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정부가 의료공급량 통제를 위해 급여기준을 강화하면서 의료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낳기도 한다. 의료행위별로 상대가치점수를 일일이 정하는 과정에서 개별 상대가치점수의 적정성을 두고 다툼을 야기하며, 외상·응급 등 필수 의료의 경우 기피 대상이 되면서 의료진 부족으로 의료서비스가 적게 제공되는 등 갖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반면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방식인 포괄수가제와 인두제, 총액계액제는 과잉진료 억제, 진료비 청구 방법의 간소화, 의료비 지출의 사전예측 가능, 국민 의료비 억제 가능, 전체 의료비 통제 통한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 조절 등의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프랑스, 대만 등이 이들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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