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환자 의사에 반한 정신병원 행정입원, 남용 안돼”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신의료기관이 환자의 자의입원 의사를 거부하고 행정입원으로 조치한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병원 원장에게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을, 관할 지자체장에게 행정입원 제도 남용 방지를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행정입원이 가능한 지정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6월 자의입원을 하려고 A병원에 방문했으나, 병원 측이 이를 불허하고 행정입원 조치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행정입원은 정신질환자가 계속 입원할 필요가 있다는 2명 이상의 전문의 소견이 있는 경우 지자체장이 병원에 입원을 의뢰하는 제도다.

A병원 측은 진정인이 이미 2차례 자의입원했던 환자로, 퇴원과 동시에 병적인 음주행위와 뇌전증 발작 증상을 반복적으로 보여 건강 악화와 안전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보건소 등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자의입원 의사를 밝힌 진정인에 대해 행정입원 절차를 밟은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된 자의입원 권장, 자기결정권 존중 취지에 위배되고, 진정인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행정입원과 같은 비자의입원 조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자의입원을 권장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취지에 비춰볼 때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의해서만 허용돼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입장이다.

인권위는 “특히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은 환자 스스로 금주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정신병원에 격리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심어줄 경우 오히려 자발적 입원치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자의입원과 달리 행정입원은 본인의 의사에 따른 퇴원이 불허되는 등 신체의 자유가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제한되는 점을 고려할 때 행정입원이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격리 또는 배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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