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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포퓰리즘이죠.”
LA시에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한인 K씨가 LA시의 노숙자 호텔 수용안을 비웃으며 던진 말이다.
최근 LA 소재 호텔에 대해 빈 객실이 있을 경우 노숙자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례안이 상정됐다. 이 조례안은 오는 2024년 3월 주민투표에 부쳐지는데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을 경우 도입된다.
이 조례안의 기본 구조는 이렇다. LA 소재 호텔은 매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빈 객실 수를 시 당국에 보고한다. 이 정보를 취합한 시 주택국은 노숙자를 빈 객실이 있는 호텔에 투숙시키며 호텔에는 공정시장가격에 맞는 숙박료를 바우처 형식으로 지불한다. 호텔 소유주 및 관리자는 빈 객실에 노숙자가 거주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언뜻 보면 호텔의 빈 객실을 활용해 LA시의 고질병인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좋은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조례안은 현실성이 있을까?
호텔 경영주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이를 알아보자
-누가 투숙하죠? 사고가 나면 책임은?
▲일반 투숙객의 경우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노숙자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신분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 노숙자가 다수다. 더 큰 문제는 이 노숙자가 어떤 이유로 다치거나 이 노숙자로 인해 누군가가 다칠 경우 또는 노숙자가 호텔 소유물에 피해를 입힐 경우 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이는 보험 및 소송 관련 문제로도 커질 수 있다.
-숙박 기간은?
▲시가 상정한 조례안은 노숙자가 머물 경우 1인당 공정가격에 맞춰 숙박료를 바우처로 지불한다고만 되어 있지 숙박 기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없다. 또 한 개 객실에 몇 명이 수용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호텔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느 손님이 어느 객실에 얼마 동안 머무를지 알아야 한다.이에 따라 청소, 식사, 어메니티 등 준비해야 하는 것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호텔의 경우 시기적으로 숙박료가 다른데 공정시장가격의 기준을 어디에 맞추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으며 노숙자의 이동 시 필요한 차량도 필수적인데 이를 누가 제공하는지에 대한 조항도 필요하다.
-노숙자가 중독 또는 질환이 있거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노숙자 상당수가 위생에 문제가 있으며 약물이나 알콜 중독 혹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번 조례안은 이런 상황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 또 만일 노숙자가 퇴실을 거부할 경우에도 대처 방안이 불분명하다. 여기에 더해 노숙자가 육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 호텔은 특수 의료기구나 기타 운송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만일 노숙자가 범죄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라면?
▲흔하지 않은 경우일 수 있지만 노숙자 특히 여성 및 유아 노숙자의 일부는 가정폭력 등을 피해 집에서 벗어난 사례다. 만일 이들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가해자가 이들의 위치를 찾아낸다면 노숙자 일행은 물론 호텔 직원과 기타 투숙객들도 위험해 질 수 있다.
-오후 2시에 어떻게 모든 객실의 공실 여부를 확인하나.?
▲대부분의 객실은 예약 손님이 사용하지만 오후 2시 이후 예약 없이 호텔을 방문하는 비율도 상당하다는 것이 경영주의 말이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이나 기차· 버스 역 인근 그리고 관광지 등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몰린다. 대형 테마파크 인근에 위치한 호텔의 매니저는 “저녁 식사 시간을 전후해 한번에 30~40명 이상의 고객이 줄줄이 들어오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매일 오후 2시에서 저녁 8~10시 사이 공실률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호텔의 이미지는?
▲한 호텔 업주는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호텔에 노숙자가 거주한다는 것이 호텔의 이미지에는 좋지 않다. 만약 노숙자 거주 여부가 호텔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쳐 수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누가 보상하는가”라며 “정치인과 사회운동가들은 당선을 위한 선심성 공약 또는 이상적인 원론만을 내놓을 뿐 실제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경영주 입장에서 말하자면 호텔은 나 자신은 물론 직원 그리고 그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다. 애당초 노숙자 문제의 근원은 호텔이 아닌데 왜 호텔이 이를 해결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한숨지었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