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장관 “美 인플레 감축법, 한미 FTA 위반 소지 높아”재천명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9일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IRA가 한미 FTA나 WTO 규정을 위반했느냐는 질의에 "위반 소지가 높고 필요한 경우 WTO 제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산업부는 이달 중순께 미 워싱턴D.C 주재 상무관을 통해 미국의 IRA가 통상규범을 위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IRA에는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 등 핵심 광물을 비(非) 중국산으로 대체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한 원재료 비율이 2024년 기준 40%, 2027년 80% 이상일 경우에만 대당 7500달러인 전기차 보조금의 ‘절반’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머지 절반은 북미에서 제조한 부품 비율이 50%를 넘어야 지급한다. 해당 법안은 하원을 통과할 경우 2024년부터 발효된다

이 장관은 "한미 FTA 규정상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한미 FTA나 WTO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며 "두 개를 잘 비교해 봐야지만 WTO로 가면 같은 입장인 일본, EU(유럽연합) 국가들과 공조가 가능한 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IRA의 한미 FTA 위반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한미 FTA의 비차별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달 미국에 가면 USTR(무역대표부), 상무부, 백악관, 의회 의원들과 면담할 것"이라며 "IRA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신재생 사업체 관련 산업들이 모두 연관돼 있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IRA와 관련해 미국에서 사전 정보나 통보를 받은 것이 있느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질의에는 "공식적으로 그런 것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무역 규범 등을 다룰 경우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내용 수준에 따라 다른데 구속력이 있고 국회 보고와 비준 절차가 필요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산업부는 이날 국회에 IPEF 협상 추진계획을 정식 보고했다. 안 본부장은 IPEF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는 "IPEF 참가국들이 대부분 중국과 통상 규모가 큰 국가들이어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도 "10개 참여국 정도는 중국이 주요 수출 시장이어서 IPEF가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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