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이탈리아서 “우크라보다 국민이 먼저다”…대러 제재 피로 커져

지난 3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 반정부 시위자들이 모여 국기를 흔들고 구호 피켓을 들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 내 극우 세력들이 러시아 제재 반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극우 정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중단을 촉구했다.

살비니 대표는 이탈리아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전보다 2배, 3배, 심지어 4배 더 높은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7개월이 지난 후에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금고는 돈으로 가득 찼다"고 주장했다.

실제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맞제재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량을 줄이면서 이탈리아에서도 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일반적인 가정의 가스 요금이 1700유로(약 226만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2020년 10월에서 2021년 9월까지와 비교해 70% 이상 증가한 액수다.

텔레그래프는 살비니 대표가 이달 2∼4일 북부 체르노비오에서 열린 제48차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싶다. 그러나 제재를 이어가느라 우리 자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아울러 "유럽의 누군가가 계산을 잘못한 것이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일자리와 기업을 구하기 위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는 살비니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탈리아의 신뢰도와 유럽 내 우리의 역할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살비니가 제재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전을 듣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동맹은 이달 25일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우파연합을 구성해 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지난 3일 극우 세력이 주도한 반정부 집회에 약 7만명이 모여 내각 총 사퇴를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보다) 국민이 먼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정부에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고, EU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라고 촉구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극우 세력과 공산당을 포함한 비주류 정치 단체들은 군사적 중립을 유지하고, 러시아 등 천연가스 공급 국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