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형’ 美한인 여고생 살해범 풀려나나…檢, 유죄 판결 취소 청구

美한인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0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아드난 사이드. [로이터]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검찰이 23년 전 한인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남성에 대해 유죄 판결 취소를 청구하면서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검찰은 1999년 1월 여자친구였던 이모(당시 17세)양을 목 졸라 죽인 뒤 인근 공원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아드난 사이드(41) 사건과 관련해 새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날 법원에 판결 취소를 요청했다.

검찰은 “1년 가까이 진행한 조사에서 2명의 다른 용의자에 대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가 드러나고 (증거로 사용된)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재판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2명의 다른 용의자 중 한 명이 이씨에게 살해 협박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용의자들 중 한 명은 여성을 차량에서 폭행한 전과가 있고, 다른 한 명은 여러 여성을 강간·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사이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0년 재판부는 사이드의 휴대전화 기록을 토대로 그가 사건 당시 이양이 묻힌 공원에 있었다는 AT&T 직원의 증언을 받아들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검찰은 사이드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유죄 판결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법원이 사이드를 서약서나 보석을 조건으로 석방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재심을 진행할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료할지는 진행 중인 조사 결과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이드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인 여고생 피살 사건은 2014년 인기 팟캐스트 프로그램 '시리얼'(serial)에서 다뤄져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프로그램은 사이드가 범인임을 확정할 수 없는 물리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유죄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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