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유족의 절규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하루가 멀다고 스토킹”

15일 오후 한 시민이 20대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이 벌어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추모의 꽃과 혐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담긴 보드판을 놓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느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살해 당한 20대 여성 역무원 유족 측이 ‘스토킹 범죄’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범죄) 취약시간대 근무 매뉴얼이 안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의 큰아버지는 15일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에 "하루가 멀다고 이런 스토킹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마련해서 재발을 줄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카가 부모님께는 (스토킹 피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사촌 여동생에게 남자가 스토킹하고 있고 자기를 귀찮게 해 경찰한테 도움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보호요청을 연장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15일 신당역 역무원이 해당 살인사건이 발생한 여자화장실 입구 등 역사 내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연합]

그러면서 "취약시간대에는 (역무원들을) 2인 1조로 근무시키는 게 필요하다"며 "매뉴얼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게 너무 안일했던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에 "조카가 대학교에서 4년간 과 수석을 해 장학금으로 학교에 다녔다. 서울교통공사와 산업안전관리공단 모두 시험에 합격해서 부모들이 엄청 좋아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피해자는 전날 오후 9시께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중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전모(31)씨에게 살해당했다.

전씨는 회사 동료였던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직위해제된 데 앙심을 품고 보복범죄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후 동료인 피해자에게 만남을 강요하는 등 스토킹을 해오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2차례에 걸쳐 고소를 당해, 올해 2월과 7월에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의 선고기일이 이날(15일)로 예정된 상태였지만, 이번 사건으로 재판은 오는 29일로 미뤄졌다.

전씨는 경찰이 조사에 착수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8일자로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 된 상태였다. 앞서 피해자가 스토킹 등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아 공사 역시 이때에야 전씨의 범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인 전날 전씨는 신당역에서 1시간 10분 가량 머물며 피해자가 9시께 여자 화장실 순찰을 갈 때까지 기다렸다. 이후 화장실로 피해자를 뒤쫓아 들어가 흉기로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피해 직후 A씨가 비상벨을 눌러 출동한 직원과 사회복무요원, 시민 등에 붙잡혔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5일 오후 20대 여성 역무원 살인사건이 벌어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추모의 꽃과 혐오 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놓여 있다. [연합]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시간 가량 지난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조사 당시 전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경찰이 신변보호 조치를 했으나 1개월 후 A씨 요청으로 종료됐다.

경찰은 전씨가 선고 전날 범행을 저지른 점, A씨 근무지에서 미리 기다린 점, 미리 흉기를 준비했던 점 등을 근거로 전씨가 보복성 범죄를 계획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수사 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보복범죄 혐의로 죄명 변경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경찰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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