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도 드라마처럼…기술 ‘스토리텔러’ 키우겠다” [人터뷰-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

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이 서울 송파구의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우리들의 블루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이 즐겨듣는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보면 최근 인기있었던 드라마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나 익숙할 법한 드라마는 물론이고 배경음악(OST)까지 줄줄 꿰는 그는 말 그대로 K-콘텐츠 마니아다. 정 원장은 콘텐츠의 경쟁력은 결국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역시,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ICT 분야의 ‘공기’와도 같은 주파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그를 KCA 서울 사무소에 만났다.

▶“창의적인 국가 역량 키우는데 일조하고파”= 정 원장은 정치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부터 영상 매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가 대학생활을 했던 1980년대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던 시절이다.

정 원장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사회가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 보면서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발전 도모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역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거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V나 영상 매체를 즐겨봤던 덕에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분야가 방송이라는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방송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전신)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 원장은 “안타깝게도 직접 제작할 정도의 창의력은 갖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웃음)”며 “방송 정책 파트에서 일조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방송 산업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기존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화 된 최초 방송이 위성방송이었다”며 “대한민국 국적의 위성방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았을 때였는데, 당시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사업자선정에 실무를 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화 된 방송이 되기 시작하면서 자부심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현재 그가 몸담고 있는 KCA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방송 콘텐츠 지원 사업이다. 정 원장은 “다양한 방송 업무를 거쳐 현장에서 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할 수 있는 이곳까지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의 대변인 업무…‘소통왕’=그의 공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소통’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두 번이나 대변인을 맡았다. 언론과 국민, 정부 부처를 잇는 중간 다리의 역할인 만큼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실제 그는 대변인 시절을 “가장 맹렬하게 일했던 시기”라고 기억했다. 정 원장은 “지금은 카메라 기능 때문에 휴대폰을 들고 사우나를 가는게 말이 안되지만 당시는 목욕탕에 전화를 들고 다닐 정도”였다며 “쉬는 시간도 적고 잠도 줄였다”고 말했다.

그 만큼 어느 때보다의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은 업무이기도 하다. 정 원장은 “출입기자가 250명 정도였다. 다 알았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처의 대변인 업무는 국민의 삶에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알리는 역할”이라며 “그래서 (정책을) 가장 정확히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일선에 있는 대변인이다”고 덧붙였다.

대변인 업무 외에 이른바 ‘천송이 코트’로 촉발된 ‘액티브X’를 퇴출한 것도 공직 생활에서 기억남은 일로 꼽았다.

정 원장은 “당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천송이가 입었던 코트를 해외에서 구매하려고 해도 복잡한 액티브X 때문에 살 수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개선 여론이 뜨거웠다”며 “한국은 독특한 금융 보안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액티브X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걸 없애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실무 작업을 했는데 당시 참여했다”며 “4가지를 다운 받아야만 하는 복잡한 절차를 한 가지로 줄였다”고 언급했다.

▶“주파수는 공기 같은 것”…원천기술·IP 가진 ‘스토리텔러’ 돼야=정 원장은 방송·인터넷·정보보호·지식재산 등 ICT 분야를 두루 거친 ‘ICT 통’이다. 그가 보는 국내 ICT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기술 주권 확보’다.

정 원장은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근무를 해보니 기술을 발전시키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더라”며 “기술은 빨리 선점하지 않으면 종속된다. 기반을 굳건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5세대(5G) 통신을 예로 들었다. 정 원장은 “우리 나라가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는데 관련 IP(지적재산권)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은 중국이다”며 “중국을 두려워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중국은 앞을 내다보고 공격적으로 IP를 확보한다. 우리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K-콘텐츠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 원장은 “연극의 3요소 중 하나가 관객인 것처럼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러가 많이 있어야 한다”며 “IP가 중요해지니까 웹툰 등에서 IP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파수 정책을 총괄하는 KCA에서도 이른바 기술 ‘스토리텔러’의 육성에 힘을 싣을 계획이다. 그는 “주파수는 우리가 매일 통신을 이용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아 깨닫지 못하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며 “원천 기술 등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정·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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