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전과자 재취업…당신은 OK?

“못됐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미 대형 은행의 베테랑 뱅커인 한인 Y씨.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한가지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점심 식사 후 오피스 빌딩 밖 주차 공간 한 켠에서 쉬고 있던 Y씨에게 최근 입사한 직원의 전화 통화 내용이 들려 왔다.

그 직원은 주위를 의식한 듯 목소리를 낮춰가며 “이제는 정말 마음을 잡았다. 다시는 감옥에 가기 싫다. 걱정하지 마라”였다.

인상 좋고 차분한 그 직원이 전과자였다니,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덜컥 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본사가 진행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수년 전부터 전과자(은행 강도 및 살인 등 일부 강력 범죄 제외)를 채용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같이 일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들이 전과자 채용에 나서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의무’을 지키는 목적도 있지만 계속 심화되고 있는 구인난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미국에서 전과자 채용 모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결성된 ’2차 기회 비즈니스 연합’에는 JP모건 체이스, 아메리칸 항공, 그리고 CVS 헬스 등 4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미 인적자원관리재단(HRMF)이 최근 900여 명의 기업 인사관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46%는 전년 대비 전과자 채용 규모를 늘렸다고 답했다.

특히 JP 모건의 경우 지난해에 고용 인원의 약 10%에 달하는 4만 3000여명을 전과 기록자로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에 성공한 전과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며 은행에서도 이들의 근무 현황에 관해 별도의 사후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전과 기록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비밀을 지키고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동료들이 알게 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

은행 내부에서는 전과자 채용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전과자의 재취업은 이들이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라며 “전과 종류에 따라 일부 특정 부서 채용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제외하면 같이 일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금융 업무의 특성상 그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전과자가 고객의 민감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머리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쉽게 마음을 터놓는 동료로 지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한편 한인 은행의 경우 전과자의 재취업에 대해 아직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한 은행의 HR 부서 관계자는 “아직 전과 기록을 가진 지원자가 한인 은행에 취업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한인 커뮤니티의 정서 상 전과자의 재취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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